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와중에 사태를 수습하려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열렸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종명 의원은 “5·18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10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며 “판사 출신으로서 대법원 판결을 잘 알고 있을텐데 이런 반역사적, 반헌법적 발언을 방조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극우논객 지만원씨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가 2013년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 주장에 동조했다. 즉, 이 같은 발언은 나 원내대표가 주장한 ‘다양한 해석’ 맥락이 아니라 헌법에 반하는 의견이라는 의미다.
최경환 평화당 최고위원 역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정말 5·18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보나. 그러면 분명히 해주시길 바란다. 5·18은 폭동인가? 북한 특수군이 와서 한 일이라고 믿는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의 분명한 해석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귀를 의심할 만큼 범죄적 망언들이 쏟아져나왔다”며 “이를 방치하는 자유한국당은 역사 위에 국민 위에 법 위에 있는 괴물집단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18 운동의 숭고한 뜻은 법원 판결로 충분히 인정됐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은 현행법을 부정하는 역사 쿠데타이며 심각한 법률적·헌법적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5·18 운동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됐다. 관련 특별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1997년 5·18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 등에 대해 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확정 판결을 내렸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의 문제”라며 “역사적 해석이라고 보는 건 얼토당토않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의 해명마저 도마에 오르자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적었다.
그는 “5.18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된 사건이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활발한 논쟁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끝없는 의혹제기는 곤란하다. 소모적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논의의 수준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적으로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5·18은 1993년 우리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래 매년 정부 주최 기념식을 통해 여야가 함께 기념해온 사건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치권만큼은 그 역사정신을 존중하는 게 국민통합 차원에서 옳은 일”이라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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