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 35세.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도 온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장기이던 주력은 전성기 때만 못했지만 녹슬지 않았다. 대표팀 맏형으로서 백전노장의 경험을 증명해냈다. 일본 측면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 얘기다.
일본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9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이란을 3대 0으로 완파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를 펼쳤던 이란은 수비진이 붕괴되며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승리의 주인공은 멀티 골을 기록한 오사코 유야였지만 그 못지않게 빛났던 것은 풀타임 누볐던 주장 나가토모였다.
이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앞선 경기와는 다르게 공격적인 수를 꺼내 들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란보다 훨씬 약체였던 지난 24일 베트남을 상대할 때보다도 라인을 높였다. 신체조건에서 앞서고 있는 이란이 공격자원을 앞세워 강력한 전방 압박을 할 것을 역이용한 발상이었다. 공격적인 압박으로 중원에서 볼을 차지했고 이란의 수비진을 압박했다.
왼쪽 풀백으로 나선 나가토모 역시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며 왼쪽 측면을 지배했다. 낮고 빠른 크로스를 통해 최전방에 선 미나미노 타쿠미와 연계를 시도했고, 특유의 투지와 성실함을 바탕으로 본업인 수비 뒷공간도 완벽하게 메웠다.
나가토모의 영향력은 그라운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커룸에서 어린 신예 선수들의 튜터를 자처하며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조별리그 막바지에 치달았던 지난 17일 “어린 선수들은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게 마련이다. 좀 더 좌절하고 실수를 해도 괜찮다. 단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이곳에서 싸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즐기기를 바란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아시안컵이 나가토모에게 대표팀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가토모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시점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에도 나설 것이라고 공연하게 이야기해왔다. 이미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부터 세 차례 모두 월드컵에 주전으로 출전했던 그가 3년 후 카타르 땅을 밟는다면 4번의 월드컵을 뛰는 셈이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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