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결국 크로스였다.
우승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토너먼트의 첫 단계. 예상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2대 1 진땀승을 거뒀다.
벤투 감독은 가장 자신 있는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황인범과 정우영을 중앙 미드필더로 구성하고 최전방에 황의조, 공격형 미드필더에 손흥민을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다시 꺼내 들었다. 조별리그를 모두 소화했던 김승규가 토너먼트에 들어서도 다시 골키퍼 장갑을 꼈고, 김민재와 김영권이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다. 관심이 집중됐던 좌측 풀백에 선발로 낙점된 것은 홍철이였다. 홍철은 이번 대회에서 김진수와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바레인은 중앙 밀집 형태의 지역방어 수비를 바탕으로 잔뜩 내려앉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수비를 공격으로 전환하는 역습 과정에서 발 빠른 공격수 두 명을 앞세워 기회를 엿봤다.
이날 선발 풀백으로 나선 홍철과 이용은 어려운 임무를 안았다. 상대가 위협적인 측면 역습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만큼 포백 수비라인 유지와 적절한 오버래핑을 통해 쉬지 않고 상대 측면을 압박해야 했다. 중앙에서의 압박이 거세지자 자연스레 공격의 창끝은 측면으로 틀어졌다. 수비적으로 나선 상대에게서 공간을 찾기 위해 크로스 시도가 수차례 계속됐다.
벤투 감독이 김진수 대신 홍철을 선발로 기용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김진수와 홍철은 정반대 스타일을 갖고 있다. 김진수가 수비적인 균형을 잡아줄 수 있다면 홍철은 이에 비교해 좀 더 공격적으로 전진한다. 홍철의 최고 장점인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는 이날 더없이 무뎠다. 번번이 상대 골키퍼에게 향하거나 라인아웃 돼 공격권이 넘어갔다.
양측 풀백으로 나선 홍철과 이용이 정규시간 90분 동안 시도한 크로스는 30개. 하지만 이중 동료에게 전달된 것은 단 1개였다. 전반에 시도한 19개의 크로스는 한 개도 연결되지 않았고, 후반 역시 14개를 올렸으나 딱 한 번 성공하는 데 그쳤다.
첫 득점도 크로스가 시발점이었다. 전반 43분, 이용이 올린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에게 향했으나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걷어냈다. 공은 좋은 위치에 서 있던 황희찬에게 향했다. 황희찬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잔뜩 웅크려있다 한방 역습으로 만들어낸 2-1 승리가 바레인의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였겠지만, 승부차기 역시 그들에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결국 급한 것은 한국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공격적 교체가 필요한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홍철 대신 김진수를 투입했다. 추가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풀백을 교체하는 일은 드물다. 결국 교체로 들어간 김진수는 연장 전반 막바지 결승 골을 기록하며 벤투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김진수의 역시 크로스에서 나왔다. 이용이 올려준 크로스를 김진수가 빠르게 침투해 다이빙 헤더로 골망을 흔든 것이다. 34번의 크로스 시도 만에 터진 첫 득점이었다. 이용은 두 골 모두 시발점을 제공하며 처참한 크로스 성공률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승리했지만 남겨진 숙제 역시 명확했다. 바레인전에서 시도했던 크로스는 연장 120분 동안 모두 35개였다. 양 측면의 두 풀백이 문전으로 올리는 크로스에 상당수 공격루트가 집중됐다는 뜻이다. 8강에서 만나게 될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짠물 수비’를 자랑하는 팀. 그때도 관건은 크로스다. 크로스를 가다듬어 공격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크로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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