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이 역대 최장 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찢어지는 가난과 줄지 않는 범죄 때문에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2000여명이 미국 국경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에서 각각 1700명, 300명의 캐러밴이 조직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캐러밴 수천명이 결성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위협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또 다른 이민자들이 미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을 포함한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한 국경장벽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경장벽 예산 편성 문제로 자고 일어나면 사상 최장 셧다운이라는 불명예 기록이 경신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하고 새로운 캐러밴이 남쪽 국경으로 오고 있다”며 “오직 장벽 또는 강철장벽만이 미국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15일 트위터를 통해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캐러밴이 미국행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가난과 범죄, 폭력이 만연한 고국에서 벗어나겠다는 굳건한 의지 때문이다.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온두라스는 최근 실업률까지 27.5%로 치솟았다. 온두라스 출신 대니얼 무노즈(38)는 “경제가 파탄이 나 실업자가 수두룩하고, 부정부패도 줄지 않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그의 딸 스테파니는 “수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50.3명이 살해되는 등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3년 전 갱단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엘살바도르 남성 호세 소르토(30)는 “도무지 평화롭게 살 수가 없어 고국을 떠났다”며 “미국에서 조용히 살면서 가족이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미 출신 남성 카를로스 말도나도(26)는 ‘트럼프 대통령, 우리는 인도주의적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갱단, 강탈, 성차별, 폭력과 부패한 정치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망명 승인을 호소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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