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비 분수는 로마 관광 필수코스로 꼽힌다.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전통 때문이다. 이 같은 전통은 1954년 미국 영화 ‘애천(愛泉·Three coins in the fountain)’을 통해 알려졌다. 영화는 로마에 온 세 명의 여인이 트레비 분수에 동전 세 개를 던져 소원을 성취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후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은 트레비 분수를 찾아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저마다 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진다. 동전 하나에는 다시 로마에 올 수 있기를, 다음 동전 하나에는 평생 함께할 인연을 만날 수 있기를, 마지막 동전 하나에는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이뤄지기를 빌면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관광객들이 트레비 분수에 낭만과 소원을 담아 던졌던 동전들은 어떻게 사용됐을까. 로마시는 이 동전들을 가톨릭계 자선단체에 기부해 왔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는 로마시 예산으로 쓰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3일(현지시간) 로마 시의회가 오는 4월 1일부터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을 예산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지난달 말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예산은 문화유적 보수 등의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트레비 분수에서 나오는 동전은 연평균 150만 유로(약 19억3200만원)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로마시는 이 동전을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Caritas)에 기부해왔다. 카리타스는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식품 지원과 노숙자 급식소 운영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로마 시의회는 지난 2017년에도 다수당인 오성운동을 주축으로 동전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현재 로마시는 17억 유로가량의 부채가 쌓여 있는 데다 쓰레기 처리 및 도로보수 비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톨릭계의 장벽에 막혀 당시 ‘트레비 분수 동전 시 소유 법제화’는 무산됐다.
이번에도 가톨릭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일간지 아베니에르 토요판은 지난 12일 1면에 ‘시의회가 극빈층의 돈을 빼앗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 의회를 ‘가난한 자의 적’으로 묘사했다.
카리타스 로마 지부 책임자인 베노니 암바루스 신부는 “우리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결정이 최종 결정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리타스는 시 당국에 ‘결정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가톨릭계가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에 대한 권리를 가졌는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로마시민은 트위터를 통해 “왜 로마 시민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동전이 특정 종교가 운영하는 재단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슬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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