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여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소설가 강동수(58)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했다가 더 큰 비난에 휩싸였다. 출판사 역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받자 독자들의 반응을 꼼꼼히 살핀 뒤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5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9월 출간된 강 작가의 소설집 ‘언더 더 씨’에 수록된 동명의 소설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소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여학생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논란은 소설 속 화자인 ‘나’가 생전에 자두를 먹었던 경험을 회상하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고 쓴 대목에서 불거졌다.

지난 4일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소설 속 구절을 찍은 사진과 함께 ‘철저한 남성주의 시각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비판을 올렸고 이 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여학생이 자신의 가슴을 ‘젖가슴’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일의 싱싱함을 빗대어 표현하지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미성년자인 화자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화자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로 설정된 점을 감안하면 고인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강 작가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소설 속 한 구절을 들어 어떤 극렬 편향적인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들이 문제를 삼았던 모양”이라며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서울신문에서 그 문제를 기사로 냈다. 내게 졸지에 ‘개저씨 작가’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 작가는 이어 “무언가를 먹은 기억은 살아있음을 환기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일반적인 장치”라며 “무구하고 생기발랄한 젊디젊은 여학생의 생을 상징하는 문학적 장치로서 단단하고 탱탱한 자두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력의 표상인 청춘의 여학생이 뼛조각으로 발견된, 그 참혹함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설의 첫 대목에 그 여학생의 몸에 대한 묘사를 한 구절 집어넣은 것”이라고 한 강 작가는 “젖가슴이란 단어를 썼다고 야단들인데, 여성의 해당 신체 부위를 그 단어 말고 무엇으로 표현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원고지 120매짜리 긴 소설의 한 문장을 떼어내 소설 전체의 의도와 맥락을 깡그리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이런 막무가내적이고 천박한 문학텍스트 읽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고 지적하며 “극렬 페미니스트 카페 등의 회원들이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쓴 사람을 찾아다니며 온갖 댓글 폭탄을 퍼붓는 요즘의 세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편향성과 무지는 지나치지 않나”라고 항변했다.

호밀밭출판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보도한 서울신문에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소설가와 출판사의 명예를 넘어 한국사회 전반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논란을 보도한 언론 등에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중비 중”이라고 한 출판사는 “오랜시간 쌓아온 소설가의 작품세계와 출판사의 역사가 이런 방식으로 한순간 왜곡되고 모욕당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런 낙인찍기는 자칫하면 대중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국 사회의 젠더감수성을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후퇴시킬 가능성도 크다”며 “문해력의 차이에 따라 수용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언론 보도와 이후 일련의 네티즌 집단행동은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강 작가와 출판사의 이 같은 해명에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현재 강 작가의 페이스북은 폐쇄됐고 출판사는 공식입장문을 삭제한 뒤 독자의 의견을 꼼꼼히 살피고 다시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밀밭출판사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 종일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더 듣고, 더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후에 올린 글을 내리는 것을 양해해 달라. 조만간 다시 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 작가는 소설을 펴낼 때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의 개념으로 썼다”며 “희생당했지만 시신이 건져지지 못한 여학생의 관점에서 ‘사자의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사회적 무책임, 비겁, 야만을 고발한 소설”이라고 설명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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