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장벽을 쌓기 위해 의회를 피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및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과 만나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대립으로 초래된 연방정부 부분적 셧다운(업무정지) 중단 합의에 실패한 뒤 이같이 말했다.
더힐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가 떠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들에게 “국가의 안보 때문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빠르게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의 비공개 협상에서 원하는 국경장벽예산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몇 달, 더 나아가 몇 년 동안이라도 셧다운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 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부 셧다운을 끝내고 업무 재개가 되기 전까지 국경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방침을 대통령에게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장벽 건설이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국토안보부를 담당하는 하원 지출위원회의 에반 홀랜더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은 전쟁과 진정한 국가 비상사태를 위한 것"이라며 "돈 낭비적인 장벽 건설을 위한 대통령 권한을 주장한다면 법적으로 의심스럽고, 의회의 법적 도전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예산국장 출신인 더글러스 홀츠 이킨 아메리칸 액션 포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장벽건설 자금을 위해 의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줄은 의회가 쥐고 있으며 그것이 분쟁의 본질"이라면서 "대통령은 원하는 모든 것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겠지만 필요한 돈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도 결국 의회의 도움 없이는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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