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라인에서 일고 있다. 특히 고인에게 진료받은 적 있다고 주장하는 여러 네티즌이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복도에서 담당 환자 박모(30)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씨는 간호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임 교수는 곧장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박씨는 임 교수의 담당 환자였다.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고, 수개월간 병원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예약도 없이 임 교수를 찾아온 박씨는 상담 도중 갑자기 진료실 출입문을 잠갔다. 위협을 느낀 임 교수는 급히 도망쳤지만, 박씨가 뒤쫓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JTBC는 임 교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간호사를 대피시켰다고 1일 보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임 교수의 실명이 공개되기 전 “설마 임세원 교수님은 아니겠죠. 제가 한창 힘들었을 때 저를 보듬어주시던 주치의 선생님”이라며 “사실이라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모 인터넷 카페에 적었다.
자신의 모친이 임 교수에게 5년간 진료를 받았다고 밝힌 네티즌도 “항상 친절하던 분이었다. 어머니도 착한 사람은 일찍 하늘에 가는 것 같다고 하신다”며 “늘 90도로 인사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임 교수는 약 20년간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며 우울증·불안장애에 대한 논문 100여편을 쓴 우울증 치료 전문가다. 자살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 써오기도 했다. 2016년에는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출간했다. 고인은 이 책에서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털어놨다. 허리디스크 통증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임 교수는 책에 “‘이것이 나의 일’이라고 스스로 되뇌며 환자들과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하고자 했다”고 썼다.
저서에 적은 다짐처럼 고인이 늘 환자를 위해 애썼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고인과 “오래전 작은 인연이 있었다”고 한 A씨는 “좋은 사람이 먼저 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이던 겸손한 사람의 죽음이 더 마음 아프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A씨는 “(임 교수가) 환자를 피해 도망가는 중에도 다른 의료진을 챙겼다고 한다”며 애도했다.
B씨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좋은 동료를 잃었다”면서 “처음 소식을 듣고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인이) 타인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스스럼없이 보여준 분으로 오래 기억되면 좋겠다”며 “의료인들이 욕먹고 죽임까지 당하는 일이 더는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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