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9개월차 딸이 선택한 건 ‘죽음’… 매년 성탄절 日신문에 실리는 글

Է:2018-12-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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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어요.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요. 누구보다 일자리가 절실했고, 기회가 왔을 때 정말 행복했죠. 하지만 회사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요. 입사 이후 날마다 야근을 했어요. 처음엔 다 그런 거라고, 누구나 힘들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버텼습니다. 그렇지만요, 회사는 제 노고를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밤새 근무한 시간을 “쓸모없다”고 평가했죠. 잠을 자지 못해 눈이 충혈되니 “왜 눈이 충혈된 채 출근을 하느냐”고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잠을 안자도 눈이 충혈되지 않나요.

하루에 20시간 동안 회사에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씻고 누워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는 다시 출근해야했습니다. 어쩌다 밤 10시 이전 퇴근한 날을 ‘기적’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여느 때처럼 야근을 했어요. 제 휴일을 온전히 반납했지만 준비한 자료가 형편 없다며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전 매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늘 이렇습니다.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기분입니다.

죽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두 시간씩 자다보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잠을 자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잠을 자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침이 두렵고, 회사가 두렵습니다. 내일이 올까봐 잠을 자기 싫습니다.

아, 이번 주 주말에도 출근을 하라고 합니다. 정말 죽고 싶습니다. 벌써 새벽 4시입니다. 몸이 떨립니다. 저는 이미 끝난 것 같습니다. 더는 무리인 것 같아요.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당시 24세)가 사망 전 올린 트위터를 각색한 글이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다카하시는 크리스마스가 밝아오던 12월 25일 새벽 사망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일도 인생도 너무 괴롭다.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자를 받은 어머니가 황급히 전화를 걸어 “절대 죽으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했지만 다카하시는 “그래.. 그래..”라고 힘없이 대답한 뒤 숨졌다. “우리의 야근이 도쿄의 야경을 만든다”며 의욕에 넘쳤던 신입사원이 입사 9개월차에 선택한 건 죽음이었다.

일본 기업에서 야간 근무는 당연한 문화였다. 그는 한 달 동안 기존 업무 시간보다 105시간을 더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카하시의 안타까운 죽음은 일본 기업문화에 경종을 울렸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고, 사망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덴쓰는 사원 증원 등을 통한 일하는 방식 개혁에 200억엔(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는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다.

그가 사망한 성탄절이 되면 일본 주요매체들은 다카하시의 어머니 유키미(幸美·55)의 수기를 싣는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일본 사회에 일하는 사람의 목숨과 건강이 지켜지기를 바란다”는 그의 글이 실렸다.

유키미는 이날도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각 언론사에 수기를 보냈다. 그는 “야간 근무만 없었다면 딸은 지금도 건강하게 웃으며 생활했을 것”이라며 “지금도 딸을 생각하며 이름을 부른다. 소중한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고질적인 ‘파워하라’ 문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합친 말로 직장 안에서 상하관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유키미씨는 마지막으로 “일본 모든 기업에서 장시간 노동과 괴롭힘을 없애는 법 개정과 대책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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