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0일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큰 변화는 없었다. 그간 중심축이 됐던 선수들의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박주호가 탈락하고 그간 부상으로 대표팀 악몽을 겪었던 김진수가 합류한 것이 유일하게 눈에 띄는 정도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U-23 선수 중 이번 아시안컵에서 아랍에미리트 땅을 밟게 된 선수들은 와일드카드로 참가했던 3명을 제외하면 5명이 전부다. 그중 황희찬은 이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전 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그간 대표팀에서 꾸준히 족적을 남기며 일찌감치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사실상 황인범과 김문환, 김민재와 나상호가 금메달 세대 중 벤투 감독에게 최종적으로 낙점받은 선수들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이 아직 본격적인 성인무대에서 활약하기엔 무르익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장현수가 대표팀을 떠나간 이후 어느덧 붙박 뒷문 지킴이로 자리매김했고, 황인범 역시 A매치 6경기를 소화하며 서서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문환과 나상호는 아직 확실하게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정체성을 유지하겠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던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으로 무대를 옮겨와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던 23명의 선수 중 14명을 고스란히 이식했다. 전임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와 신태용 체제에서 중심을 잡았던 베테랑들이 대거 복귀했다. 아시안컵이 4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훈련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또 하나의 당면 과제이기도 한 장기적인 세대교체는 잠시 아시안컵 이후로 미뤘다.
벤투호의 최종 목적지는 4년 후 카타르 월드컵. 따라서 당면 과제인 아시안컵이 끝나면 본격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다. 그간 살림꾼 역할을 해오며 중원을 책임졌던 기성용이 대표팀을 떠날 것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고, 구자철과 이청용 등 다른 베테랑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자카르타 세대들의 추후 활약은 더욱 중요하다.
이점을 의식한 벤투 감독 역시 자카르타 세대뿐 아니라 지난 11일 울산 훈련에서 K리그에서 인상적인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직접 몸 상태를 살펴봤다. 기존 일정에서 소집 시기를 열흘가량이나 앞당겼을 정도로 흙 속의 진주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에 처음 승선했던 미드필더 한승규와 장윤호, 김준형 등 신형 엔진들은 모두 이번 아시안컵 승선엔 실패했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점검을 받았던 만큼 카타르에서 주역이 될 여지가 충분한 선수들이다.
벤투호는 22일 격전지인 아랍에미리트로 떠나 곧바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오는 1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갖는 등 아부다비에서 아시안컵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한국은 1960년 서울 대회 이후 5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정상을 노리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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