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0일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석현준의 이름은 없었다.
그간 대표팀 최전방 자리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황의조가 확실한 1 옵션으로 자리한 가운데 석현준과 지동원 등이 경쟁을 펼치는 형국이었다. 지난 9월 지동원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석현준은 벤투호에 승선한 이래 주로 후반전 황의조와 교체 투입되어 활약을 펼쳤다. 꾸준히 부름을 받았음에도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최근 호흡을 맞췄던 석현준이 아닌 부상으로 두 달 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지동원이었다.
석현준(190cm)의 탈락으로 본 이번 아시안컵 정예요원들의 특징 중 하나는 공격진 중 장신의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임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와 신태용 모두 김신욱과 석현준 등 장신 공격수 한 명쯤은 꼭 포함시켰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나상호(173cm)와 황희찬(177cm), 황의조(184cm) 모두 후방에서 시작되는 롱볼 축구와는 들어맞지 않는 비교적 단신 선수들이다.
지동원(188cm)이 있으나 그는 장신의 키와 달리 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 좌우 측면에 있는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능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 타깃형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멀다. 과거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을 활용할 당시 주포지션인 최전방이 아니라 측면에 배치했던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장신 공격수를 활용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가 이기고 있을 때, 지고 있을 때 모든 상황에서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 짠물 수비를 바탕으로 한 1점 차 승리, 그리고 상대 골문 앞에 서 있는 장신 공격수의 머리를 겨냥한 롱볼 축구는 객관적인 전력상 약체에 있는 팀들이 강팀을 상대할 때 많이 사용하는 전술이다.
그만큼 상대의 압박이 심하거나 경기가 풀리지 않을 시 피지컬적으로 버텨줄 수 있는 장신 공격수의 높이를 활용해 골문 앞 제공권 싸움에서 승부를 거는 것은 매우 클래식한 방법. 벤투 감독은 이러한 전통적인 하나의 공격 루트를 포기한 셈이다. 공격상황에서의 스피드와 세밀함을 매우 중요시하는 벤투 감독의 철학에서 투박한 공격수들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뜻이다. “석현준은 대표팀에서 좋은 태도로 임했다. 하지만 우리 스타일에 최적화된 자원은 지동원”이라는 벤투 감독의 설명에서 이러한 의도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스트라이커 한 명에 의존해 직선적인 공격 상황에서 몸싸움을 통해 공간을 확보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시안컵에 나설 팀들 대부분이 일본과 이란, 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보다 약체에 있다는 것을 고려한 판단이기도 하다.
벤투호는 22일 격전지인 아랍에미리트로 떠나 곧바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오는 1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갖는 등 아부다비에서 아시안컵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한국은 1960년 서울 대회 이후 5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정상을 노리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전력이 안정된 만큼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한국은 조별리그 C조에서 필리핀(1월7일), 키르기스스탄(12일), 중국(16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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