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기사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에게 야유와 물병이 쏟아졌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열사정신 계승하여 카풀사업 척결하자” “불법 카풀 비호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4~5만명, 주최 측은 10만 여명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이날 새벽 4시부터 24시간 동안 총파업 중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택시 기사들이 몰린 탓에 국회 앞 10차선 도로가 가득차 매우 혼잡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 10일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최모씨를 추모하며 상복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는 최씨를 기리는 분향소가 마련돼있다.
단상에 선 김태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사무처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카풀앱을 ‘상업적 목적을 위한 불법 영업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공유경제 운운하며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풀 영업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회가 상업적 카풀앱을 금지하는 법개정을 즉각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유경제, 4차산업혁명 명목으로 법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자가용의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불법 카풀앱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해결책과 회유책을 내놓으며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신표 전국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은 “현 정권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키겠다고 하지만 소상공인과 다름 없는 택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말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단상에 서자마자 야유가 쏟아졌다. 그를 향해 물을 뿌리고 물병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전 의원은 “그 동안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최씨의) 분향소에 하루에 두 세번씩 들리면서 여러분과 함께했다”며 “절박한 마음으로 정부와 민주당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일부 기사들이 “전현희 꺼X라” “전현희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강하게 비난했다. 곳곳에서는 욕설도 터져나왔다. 격앙된 반응이 계속되자 사회자가 “전 의원은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있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얼마나 택시 산업을 걱정하고 고민이 많은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택시 4개 단체장이 어제(19일)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함께 해서 택시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지혜를 같이 모으겠다고 했다.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 산업의 생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부와 여당이 힘을 모아 대책을 세울 것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여당 대표로 그동안 택시 단체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전날인 19일에는 4개 택시단체 대표 일동이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기로 극적 합의했으나 집회와 파업을 막지는 못했다.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면서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다.
택시 단체들은 10월 18일 첫 집회를 열었다. 이날도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에 이어 세 번째 단체행동이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마포대교를 지나 공덕 오거리까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최민석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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