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끝난 뒤 은퇴식이 열렸다. ‘봉의사’ 봉중근(38)이다. 봉중근에게 바치는 헌정 영상을 시작으로 작별 인사로 봉중근이 마운드에 입을 맟췄다. 헹가래와 기념촬영 그리고 팬들에게 사인볼을 선물하는 것으로 은퇴식은 마무리됐다. 은퇴식을 한 봉중근은 행복한 선수다. 수많은 선수들이 소리소문없이 방출된 뒤 사라지는 현실에서 말이다.
KBO리그 1호 은퇴식 및 은퇴경기의 주인공은 OB 베어스 소속이던 윤동균이다. 윤동균은 1989년 8월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나와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1990년 9월 29일에는 백인천에 대한 은퇴식이 거행됐다. KBO리그 유일한 4할타자다. 은퇴경기는 아니었다.
윤동균처럼 은퇴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는 더욱 없다. 20차례가 채 되지 않는다.
1996년 9월 8일에는 김민호와 한영준이 사직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에서 동시에 은퇴경기를 갖기도 했다. LG 트윈스 정삼흠은 1996년 9월 1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패전투수가 됐다. 이 경기가 은퇴경기였다. 은퇴경기 최다 이닝, 최다 투구 투수다.
은퇴경기에 나서는 투수들은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보통이었다. 타자들도 1~2타석에 나와 팬들에게 서비스하곤 했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은 2010년 9월 19일 삼성과 SK 와이번스의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은퇴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자신이 현역시절 뛰었던 1루수와 우익수, 좌익수를 번갈아 맡았다.
삼성 이승엽은 은퇴경기에서도 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10월 3일 삼성과 넥센 히어로즈의 대구 경기에 1루수로 출전했다. 5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홈런 466호와 467호가 은퇴경기에서 나온 것이었다. 앞서 지난해 9월 30일 NC 다이노스 이호준도 넥센과의 은퇴경기에서 지명타자와 1루수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수많은 베테랑들이 방출됐다. 은퇴식은 물론 은퇴경기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베테랑 선수들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책임져주는 구단들의 자세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