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똥을 싼다고 누가 때렸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면서….”
박병례씨는 가족들에게 이 같은 말을 털어 놓고 얼마 못 가 세상을 떠났다. 엄마를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모셔야만 했던 딸들은 스스로를 책망했다. 생각해보니 엄마는 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해왔다. 특히 목욕을 할 때는 더 괴롭다고 했다. 병원 측은 “침대에 부딪혀 멍이 들었다”고만 했다. 뒤늦게 알고 보니 병례는 갈비뼈가 부려질 정도로 구타를 당했었다.

연로하고 병든 가족을 부탁하는 이들에게 요양병원 측은 내 가족 같이 보살펴주겠노라 단언했다. 진실일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5일 방송에서는 ‘폭로자들 - 어느 병원의 잔혹한 비즈니스’ 편이 방송됐다. 요양 병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 등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에 출연한 대은희씨는 병든 노모 오귀임씨를 요양병원에 모셨다. 은희씨는 입원 다음날부터 귀임씨를 향한 병원의 폭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입원 직후부터 귀임씨 팔에 붕대가 감겨 있어 풀어보니 끔찍한 상처가 수두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문에 부딪혀 상처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상처는 계속 발견됐다. 급기야 팔이 부러지는 사태로 번졌다. 병원 측은 “할머니는 현재 아이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안 다칠 수가 없다. 조금만 부딪혀도 골절된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직후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나 곧 말을 바꿔 “우리 과실이 아니므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회피하기도 했다.
귀임씨는 입원 11일 만에 팔을 못 쓰게 됐다. 딸 은희씨는 “어린이집 같은 경우 잘못을 하면 문 닫게 하지 않느냐. 그런데 요양병원은 그렇지 않다. 얼마 못 살고 죽을 목숨들을 맡겨서 그랬다고 할지도 모르는데, 난 어린이집처럼 처벌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 혈세를 받아가는 요양병원들의 비리에 관심을 가져달라.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비리처럼 관심을 가져주고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성모씨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광주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후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치매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자식들은 성모씨의 상태에 대해 “병원에 입원할 때만 해도 깜빡 깜빡하는 것 외에는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성모씨 몸에 멍자국이 가득했다. 팔과 다리, 하물며 눈 부위에도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성모씨는 몸 만큼이나 마음도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남의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있는 모습에 자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성모씨는 “하얀 가운을 입고 키 큰 사람이 나를 때렸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적극 부인했다. CCTV 영상을 요구하자 녹화가 돼 있지 않다며 거절했다. 해당 병원 수간호사의 용기 있는 폭로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성모씨가 누워있을 때 병원 이사장이 그 위를 짓누르며 가격하더란 것이다.
이후 이사장은 환자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환자가 난동을 부려 진정시켰다”고 진술했다. 성모씨가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다른 환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등 병원 내에서 소란을 부렸다고 했다.
성모씨 몸에 난 멍에 대해서는 “환자에게는 심장병이 있다. 응고되면 심장이 멈출 수 있어 약을 투약했고, 이 과정에서 멍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이었다. 성모씨는 사건이 터지기 수개월전 항응고제를 끊은 상태였다. 전문가는 “살짝 제압해서는 이렇게 실핏줄이 터질 수 없다. 물리적 힘이 가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CCTV 영상 역시 병원 측에서 조직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CCTV 영상이 남아있었지만 병원 관리과장이 없앨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제보자가 이사장이 폭행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자 병원 측은 들은 체도 안했다고 했다. 병원 관리과장은 “법적으로 했으니 더 이상 할 말없다. 증거인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병원 이사장과 관리과장은 현재 다른 요양병원 개업을 앞두고 있다. 제보자는 “(이사장) 집안은 요양 재벌”이라며 “병원을 개업하는 이유는 밥장사를 하기 위해서다. 요양병원은 환자 수용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돈을 위해 요양병원을 개업하고 환자들을 나몰라라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25년 동안 영양사 업무를 해왔다는 서남숙씨 역시 비슷한 취지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병원 관계자들이 돈에 눈이 멀어 환자들을 영양실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남숙씨는 “닭백숙 250명 분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닭은 5마리 뿐”이라며 “식단은 문제가 없지만 내용이 문제다. 병원 식단표에 나와있는 칼로리는 모두 가짜”라고 폭로했다. 이어 “몇 달씩 있다 보면 영양실조가 될 수밖에 없는 곳, 걸어서 들어와서 죽어서 나가는 곳이 요양병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요양병원 대부분 환자들 밥 한 끼에 7~800원 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식대는 4000원에 측정되지만 재료값을 아끼고 있다는 의미다. 남숙씨는 지금까지 요양병원 5곳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가 100원을 초과해 식단을 구성하자 “너처럼 말 안 듣는 사람은 처음봤다”며 폭언을 한 병원장도 있었다고 했다.
비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요양병원 특성상 이 곳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고령이고 노쇄하기 때문에 한번 입원하면 사망할 때까지 퇴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린다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환자는 1명당 단돈 1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한 제보자는 “병원에서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모두 돈으로 계산한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가족도 모르게 집안의 가장이 요양병원에 감금된 사건도 있었다. 최근 A씨는 실종된 남편을 한 요양병원에서 찾았다. 남편은 요양병원이 노숙자나 기초수급자를 유인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긴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이런 식으로 요양병원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그는 “기초수급자들에게 나오는 지원금으로 치료비를 충당하고 남는 돈은 병원 몫이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적있다는 여러 제보자는 기초수급자를 만들어 지원금을 타는 과정은 아주 쉽다고 증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