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이른바 ‘춘천 살인사건’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22일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은 피해자 유족이 올린 것으로, 이들은 사건이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하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청원은 지난달 31일 게시됐다. 제목은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잔인한 2번의 살인 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였다. 유족은 A씨를 살해한 심모(27)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한 정황이 있다며 반드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경찰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유족은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 당일 A씨와 심씨의 행적을 자세히 공개했다. 신입사원이었던 A씨는 그날 심씨의 끈질긴 연락 때문에 범행 장소이자 심씨 거주지인 강원도 춘천의 모 국밥집 옥탑방으로 갔다고 했다. A씨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만날 수 없다고 했지만, 심씨가 수차례 메시지를 보내 만날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유족에 따르면 심씨는 교제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결혼을 서둘렀다. 신혼집도 자신의 옥탑방에 차리자고 했다. 반면 A씨는 직장 때문에 서울과 춘천을 오갈 수 있는 적당한 지역을 원했다. 두 사람은 사건 전날까지도 이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그런데 심씨는 다음 날 돌연 태도를 바꿔 자신이 잘못했다며 A씨를 옥탑방으로 불렀다. 이후 A씨가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위치를 확인하며 재촉했다.
범행을 저지르고 집밖으로 나온 뒤에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 노릇을 못 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심씨는 곧장 지인의 집으로 가 숨었고, 시신을 발견한 심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긴급체포됐다. 유족은 심씨가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낸 점, 범행 후 태연하게 동생과 통화한 점 등을 지적했다.
다행히 청원 만료 기간을 약 열흘 앞둔 지난 20일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은 심씨를 살인 및 사체훼손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심씨의 계획살인으로 볼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결과와 심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의도적 범행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심씨가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실한 말을 (청원을 통해) 듣고 싶을 뿐”이라는 A씨 어머니의 소원대로 이 청원은 22일 오후 8시17분 기준 20만4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에 대해 정부 및 관련 부처 관계자가 답변을 내놓도록 하고 있다. A씨 유족은 심씨가 구속된 것에 이어 청와대 답변도 듣게 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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