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단지 분들 다 착하신 거 같다. 실거래가 보면 부동산 말을 너무 잘 들어 답답하다. 4단지가 1단지 시세까지 발목 잡는 것 같아서 무슨 대책이 필요할 거 같다.”
아파트값이 조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집주인의 가격 담합은 오히려 더 은밀하고 끈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소셜네트워크에서 가격을 논의하던 집주인들은 이제 비공개 카페에서 집값을 조정하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가격을 낮춰 급매물을 내놓으면 이웃들의 거센 저항을 받는 경우도 생겨났다.
22일 서울의 A아파트 단지 소유주들이 가입한 카페에는 “키 맞추기 해야 된다”며 “거래 정체기인 건 맞지만 앞 동네 27평은 15억원인데 우린 길 건너편이라 5억원도 안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가격 맞추기를 독려하는 글이 여전히 올라왔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호가가 최고치를 찍을 때 5000만원에서 1억원씩 가격이 더 붙었다. 당시 아파트 주인들은 소셜네트워크에 단체방을 만들어 가격을 조정했다.
이처럼 아파트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집값 담합이 성행하자 정부가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9·13 부동산대책에서 아파트 주민의 호가담합을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 인터넷카페 등에서 집값담합을 시도하는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정부가 단속을 예고하자 집주인들의 움직임은 은밀하면서도 조직적으로 바뀌었다. 공개적으로 운영하던 단체방은 비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A아파트 역시 인터넷 비밀카페를 개설했다. 가입 조건은 까다로워졌다. 등기부 등본 등으로 자기 집인지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이곳에서 가격 형성은 은밀하게 진행됐다.
‘급매물’에 대해선 날 선 경계를 펼쳤다. 가격을 낮춰 시장에 내놓는 급매물 때문에 주변 시세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 다른 B아파트 카페에는 한 소유주가 시세보다 50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춰 급매물을 내놓은 뒤 회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부동산 업자 아니냐?” “도대체 가격을 낮춘 이유가 뭐냐”는 비난성 댓글이 달렸다.
이 사람은 근무처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도 아파트 소유주들의 날 선 경계를 피하기는 어렵다. 매매가를 낮추거나 올려주지 않는 중개업소의 경우 주민들끼리 거래를 하지 말자며 상호와 전화번호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주민은 “단지 내 부동산에서 매매가를 안 올려준다면 거래를 안 하면 된다”면서 “저희가 아쉬울 거 없으니 이런 식으로 가격을 안 올려 준다면 결국 본인들이 손해라는 걸 모르는 거 같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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