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려요”…5·18 계엄군 성폭력 공동조사단 17건의 성폭행 확인.

Է:2018-10-30 23:15
:2018-10-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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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어요. /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 가족에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어요. / 나는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어요. / 육체적 고통보다 성폭행당한 정신적인 상처가 더 커요”

1980년 꽃다운 나이에 군화발에 짓밟혀 성적 노리개가 돼야 했던 여성 4명의 처절한 절규다. 3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는 그날의 악몽이 뚜렷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계엄군에 의한 잔혹한 성폭력의 진상이 민낯을 드러냈다.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단장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조영선, 여성가족부 차관 이숙진. 조사단)이 31일 그동안 조사활동 결과를 발표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와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 국방부(장관 정경두)가 공동 구성해 운영해온 조사단은 지난 5월 5·18 당시 계엄군 성폭력 증언 이후 여성인권 침해행위 전반에 대한 공동조사를 6월부터 10월말까지 진행했다.

조사단은 조사팀과 지원팀 등 2팀 13명으로 짜여졌다.

조사단은 5개월 동안의 조사결과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17건과 연행·구금 피해자 및 일반시민에 대한 성추행과 성고문 등 다수의 여성인권 침해행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피해 접수·면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검토,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해, 중복된 사례를 제외하고 총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 등을 확인했다.

성폭행의 경우 시민군이 조직화되기 전인 1980년 5월19일부터 21일까지의 5·18민주화운동 초기에 광주시내에서 대다수 발생했다. 피해자 나이는 10대~30대였으며,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2명 이상)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 당시 기억 속에 갇혀 제대로 치유받지 못한 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연행·구금된 여성 피해자도 수사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됐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 임산부 등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도 다수 확인됐다.

조사단의 조사기간 동안 파악된 접수사례는 접수창구를 통한 것만 총 12건에 달했다.

조사단은 이중 상담 종결된 2건을 제외한 10건에 대해 구체적 면담 조사를 진행해 성폭행 7건, 성추행 1건, 2건의 관련 목격진술을 파악했다.

피해가 발생한 시기는 1980년 5월 19일~21일경이 대다수였다. 장소는 초기 광주시내(금남로, 장동, 황금동 등)에서 22일부터 27일 최종 진입 때까지 중·후반에는 광주외곽지역(광주교도소 인근, 상무대 인근)으로 성폭행 성폭력 장소가 옮겨졌다.

당시 계엄군의 상황일지를 통해 확인한 병력배치 및 부대이동 경로와 유사하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대목인 셈이다.

조사단은 피해자 진술과 당시 작전상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피해사례의 경우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 부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를 검토결과에서도 성폭행 12건과 연행·구금 때 성적 가혹행위 33건 등 총 45건의 여성인권 침해행위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접수창구를 통한 사례와 중복 피해자가 포함된 것이다.

광주시는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1990.8.6)에 의거해 1990년부터 2006년까지 6차에 걸쳐 보상작업을 진행해왔으며 현재 7차가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구타, 욕설 등 일반적 폭력 행위는 조사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또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이 소장중인 자료총서(61권)를 비롯하여 그동안 발간된 관련 출판물 22권과 500여명에 대한 구술자료, 각종 보고서 및 방송·통계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폭행 4건을 포함해 총 12건의 직접적 피해사례를 발견했다.

직접적 피해자로 파악된 사례는 총 12건으로, 이 중 4건은 성폭행, 3건은 유방·성기 등에 자창 관련 기록 존재, 2건은 상무대 등에서 고문, 3건은 구타 및 성적 위협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조사단이 검토한 주요 문헌은 5·18 민주화운동 자료총서 61권과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500명 구술채록자료), 광주지검 검시조서, 5·18 의료활동 기록 등이다.

조사단은 피해자 면담과정에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5·18에 대한 이해와 상담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조사관과 함께 파견해 지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전문 트라우마 치유기관에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조사단은 그동안 활동을 바탕으로 피해자 명예회복과 지원, 가해자(또는 소속부대) 조사, 향후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방지 약속,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한 국가수준의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 보상 심의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절차 마련 등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조사단은 가해자(또는 소속부대) 조사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고백 여건 마련과 현장 지휘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상 조사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하는 법 개정,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소위원회 설치 등 법적 제도적 검토와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결과가 담긴 관련 자료일체를 향후 출범 예정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해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인권침해행위와 관련된 추가 조사가 진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진실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시간적 제약 등으로 당시 일어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지속적 신고접수를 받고 피해자 상담지원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장인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사회적 논의의 범주에서 소외됐던 5·18 당시 여성인권 침해행위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처음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확인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5·18기념재단은 30일 성명을 내고 5·18계엄군 집단 성폭행 및 성고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 내용이다.

5·18민주유공자 3단체(5·18민주유공자 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접하고 다시 한 번 그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조사에 의하면 17건의 성폭행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무대에서 조사관들에 의한 성추행 등 ‘성고문’이 이루어졌다.

차마 밝힐 수 없어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으며 삶 자체가 파괴되어버린 5·18 피해 여성들의 참혹한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을 재차 확인하면서 80년 5월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의 만행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나온 가해자들의 이름과 인상착의, 계급, 부대 등을 철저히 추적하여 반인륜적 범죄행위는 그 진실이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확인해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더 피해자로 확인된 여성에 대해 매우 사려 깊은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지속적이며 심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조사위원회는 5··8 성폭력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2018. 10. 30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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