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몰라 유서를 써놨습니다… 왜 피해자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건가요”
법원이 성폭력 가해자에게 전달한 민사소송 판결문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집주소 등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전달돼 불안에 떨고 있다는 피해자의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저는 2019년 8월 5일 보복살해 당할 예정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성폭력 피해자라고 소개한 A씨는 민사소송 판결 후, 법원이 가해자에게 자신의 신상을 그대로 전달했다며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2015년 4월 강간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은 가해자가 2019년 8월 4일 만기출소하게 된다”며 “가해자에게 (성범죄는) 정말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민사소송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가해자에게 송달된 판결문에 내 집주소와 주민번호 13자리가 써져 있었다”며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개명까지 했다. 언제 죽을지 몰라 유서도 미리 써뒀다”고 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민사소송을 못했을 것, 아니 안 했을 것”이라며 “나는 명백한 피해를 받았다. 그에 대한 피해보상 또는 위자료 청구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내가 왜 이런 두려움에 떨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A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민사소송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주소를 링크했다.
그는 “재청원을 하는 것이다. 저번 청원은 고작 3만명으로 끝났다”며 “제발 법을 바꿔서 피해자들을 살려달라”고 참여를 부탁했다.
A씨는 지난 4일 “성범죄피해자의 집주소와 주민번호등을 가해자에게 보내는 법원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20일 오전 5시 기준 14만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앞서 지난 1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자의 인적사항 노출을 막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유출로 인한 추가피해 우려가 있고 보복범죄 등을 우려해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피해자도 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5월 해당 개정안에 대해 “가해자인 피고의 방어권이 제약될 우려가 있으며, 개정 실익이 적고 전자소송 시스템상 특정 정보만 선별해 삭제할 수 없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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