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냈지만 정작 서민들이 기름값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유류세 인하 효과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이익을 늘리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고, 세수 감소, 환경오염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가 상승폭이 크고, 내수를 진작할 필요도 있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에 붙는 세금을 말한다. 유류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매겨진다. 휘발유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54.6%, 경유는 45.9%, LPG부탄은 29.7%가 세금이다. 이 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해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는 유류세를 10% 인하하면 휘발유 가격은 4.9%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1주 휘발유 전국평균 가격 1660원(ℓ당)을 기준으로 하면 82원의 인하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경유가격은 1461원에서 1404원으로, LPG부탄은 925원에서 904원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계산은 유류세 외에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의 얘기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8년 유류세 인하 때 실제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정부는 2008년 3~12월 유류세를 10% 인하했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은 2008년 1~2월 평균 1653원에서 3~12월 평균 1703원으로 3% 가량 올랐다. 당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나왔던 이유다.
유류세 인하에도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의 상승 때문이었다. 1~2월 배럴당 88.6 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3~12월 평균 95.4 달러로 7.6%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약 40%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당시 상승된 가격의 3.2%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인상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대로 유류세 인하는 가격하락 요인이다.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수준임을 고려하면 가격은 5% 가량 하락해야 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가격이 3.2% 올랐어도, 유류세 인하로 당시 휘발유 가격은 최소 1.8%는 떨어졌어야 하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계산만으로는 감소했어야 할 휘발유 가격은 당시 3%나 올랐다. 이유가 무엇일까. 유 의원은 “유류세 인하에 따른 이익이 휘발유를 유통하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이익으로 귀결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류세를 인하해도 서민들은 인하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오히려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08년 유류세 10% 인하 당시에는 약 1조6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유류세를 낮춘다고 소비자에게 가는 실제 가격이 낮아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괜히 세수만 구멍이 날 수 있고, 유류세에 담겨있는 친환경적 측면까지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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