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년 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제로 살아낸 사람들이 있다. 폴란드로 보내진 한국전쟁 고아들의 실화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났다. 영화 ‘접속’ ‘생활의 발견’ ‘누구나 비밀은 있다’ 등을 통해 실력파 배우로 알려진 추상미씨가 감독으로 처음 연출한 장편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다.
동유럽으로 보내진 북한의 전쟁고아들의 이야기를 담아 추 감독이 기획부터 연출, 각본, 출연, 편집까지 참여했다. 이 영화는 ‘2018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 영화는 폴란드인들이 같은 민족도 가까운 나라도 아닌 북한의 전쟁고아들을 사랑했고 지금까지도 그 아이들과의 추억을 생생히 기억하며 눈물짓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추 감독은 탈북자 이송과 함께 잊혀 진 진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당시 고아들을 돌본 교사들을 만나고, 그들이 함께 생활했던 장소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상처를 사랑으로 품었던 폴란드인들의 위대한 사랑을 스크린에 담았다. 아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된 뒤 생사조차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기억하고 있는 폴란드 선생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예고한다. 한국 전쟁 고아들의 비밀 실화를 담은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다음은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추 감독과의 일문일답.
△최근 한반도 정세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통일을 정치적·경제적 사건이 아닌 기나긴 여정으로 봤을 때 훨씬 길어질 수 있지만 우리 예상과는 다르게 빨리 올 수도 있다. 마음의 진정한 연합과 용서 이런 것을 통해 복음통일을 이뤄내실 것 같다. 기도 가운데 그런 마음을 받았다. 지금은 그 과정의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북한의 전쟁고아를 돌본 폴란드 선생님들은 세계 2차대전이라는 전쟁의 상처를 이미 겪은 분들이다. 북한 아이들이 폴란드 땅을 밟을 때 자신의 전쟁 상처가 떠올랐을 것이다. 폴란드 원장님이 기차역에 도착한 난생 처음 본 아이들을 봤을 때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 아이들에겐 엄마와 아빠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신을 엄마, 아빠로 부르라고 했다. 전쟁이 남긴 개인의 상처가 다른 민족을 품는 데 선하게 사용된 것을 이야기한다.
-남한도 현재 많은 분열과 반목 속에 살고 있다. 이런 감정을 극복하려면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을 일으킨 한국전쟁의 상처 말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성찰해야 한다. 한국전쟁이 남긴 분단의 상처가 우리의 증오와 이데올로기를 견고하게 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 지금은 상대를 품고 이해하며 공감해야 하는 시기 아닌가. 이 영화를 통해 역사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 싶었다. 하나님의 마음도 이 같지 않을까.
△작품에 등장한 탈북민도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기자분들이 탈북민에 대한 마음이 크신 것 같다. 이 영화는 북한 전쟁고아에 대한 비중이 크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탈북민은 우리에게 통일을 연습하게 해주는 대상이다.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정체성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님의 관심과 애정이 이들에게 있다.
-탈북민은 우리를 굉장히 부끄럽게 한다. 이 친구들이 사선을 넘어온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한다. 우린 상대적 상처 안에서 살고 있는데 이들이 겪은 상처는 절대적이다. 그들은 우리를 깨우치고 회개하게 하는 귀중한 존재다.
△종교적 성향을 띤 감독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는지.
-저의 정체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선 그러고 싶지 않다. 하나님이 제시하신 전략이 있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분들이 많이 울었다. 많은 기자들이 시사회에서 우는 것을 처음 봤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이 나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게 하나의 힌트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우리 안에 심어두신 양심이 자극해 눈물을 흘리도록 한 것이다. 복음이 담긴 콘텐츠가 그런 식으로 전파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감독 추상미와 배우 추상미. 어떤 역할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배우일 땐 세상과의 소통보다 세상과 분리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고립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감독은 세상의 이슈, 즉 사회적인 문제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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