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 150㎝의 남성이 평균 신장의 남성과 동등한 매력을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평균 신장의 남성보다 매년 1억 8000만 원을 더 벌어야 한다.’
모 미국 경제학 논문의 결과가 유머사이트에서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진위와 관계없이 씁쓸하기도 하고, 일면 현실적으로는 많은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키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스펙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다는 사람이 많다. 키는 타고난 것인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말이다. 대부분 사람이 키는 유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키 성장에 유전이 미치는 영향은 고작 23%, 영양, 운동, 환경 등 후천적 환경의 영향은 77%나 된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 관리만 잘해준다면 작은 키를 가진 부모의 아이도 큰 키를 가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그렇다면 키가 크는 방법이 있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키 성장에 관한 올바른 정보와 관리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키 크는 데 첫째 비결은 역시 ‘잘 먹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은 아니다. 1일 3식 음식을 골고루 규칙적으로 섭취해서,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 등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많은 라면, 자장면, 피자, 치킨 등의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은 비만의 원인이 되고 성호르몬을 자극하는 등 키 성장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음식을 만들 때 기름에 튀기거나 굽는 방법 대신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택하고, 인스턴트식품과 탄산음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키 성장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비결은 ‘잘 자는 것’이다. 영양 섭취가 풍부해진 요즘에는 수면이 성장의 가장 큰 변수가 아닐까 싶다. 성장호르몬은 취침 후 1~4시간 사이에 왕성하게 분비된다. 보통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다. 성장기 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잠자기 2~3시간 전에는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 게임 등도 피한다. 학업이 중요한 청소년기에는 조금 더 전략적인 수면이 필요하다. 권장하는 8시간 이상의 수면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으니, 최대한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푹 잘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잘 움직이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평상시보다 운동할 때 더 잘 분비된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매일 해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은 근육과 뼈를 움직이게 하는 동시에 성장판을 자극한다. 바른 자세와 체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수영, 댄스, 배구, 단거리달리기, 탁구, 배드민턴, 줄넘기 등 가벼운 전신운동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심한 근육 운동’은 피해야 한다. 한다. 성장판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지나친 근육의 발달은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잘 먹는 것’, ‘잘 자는 것’, ‘잘 움직이는 것’. 키를 키우는 방법은 곧 건강의 기본인 면역력을 키우는 습관이다. 넘치는 해로움을 없애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한의학의 근본 치료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즉각적인 효과를 노려 아이에게 고통스러운 방식의 성장 치료를 선택하기보다는 꾸준히 아이의 키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습관을 들이며 건강의 기초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야외에 나가 자전거라도 타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가벼운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주는 부모야말로 아이의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키도 키워주는 최고의 명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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