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왕위 계승 서열 9위인 유지니 빅토리아 헬레나(Eugenie Victoria Helena·유제니 빅토리아 헬레나로 표기하기도 함) 공주가 선택한 웨딩드레스가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등이 확 파인 디자인 때문이었는데요. 왕실에 맞지 않게 노출이 과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공주가 일부러 등에 난 큰 상처를 공개하려고 이런 노출 드레스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날, 감추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상처를 공개하려고 노력했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유지니 공주는 아픔을 이겨낸 상처는 오히려 자랑스러운 것이며, 드러내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너무나 맞는 말이네요.
28살인 유지니 공주는 12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성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8년 동안 연애한 사업가 잭 브룩스 뱅크(32)와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유지니 공주는 이날 가슴 부분이 V자로 파진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앞부분보다 등이 좀 더 깊게 파인 디자인이었습니다.

외신으로 전해진 유지니 공주의 결혼 장면에는 유난히 신부의 등 부분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깊게 파진 드레스 장면을 따라서 선명하게 보인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공주의 등에는 목에서 어깨뼈 아랫부분까지 척추를 타고 내려가는 한 줄의 긴 수술 자국이 있습니다. 상처의 크기만 봐도 얼마나 큰 수술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지니 공주는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 척추 측만증 수술 후 치료를 받았을 당시 촬영했던 엑스레이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국제 척추측만 인식의 날’에 맞춰서였습니다.
유지니 공주는 척추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생기는 질병인 척추 측만증을 겪었고, 수술이 필요할 만큼 심각해 12세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8시간이 걸린 큰 수술이었습니다. 사진에는 금속 막대를 척추뼈 따라 대고, 이를 고정하기 위해 나사를 삽입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유지니 공주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결혼식에 자신의 상처 부위를 공개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영국 방송 ITV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공표하면서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유지니 공주는 상처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일을 “저를 돌봐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아름다운 방법이자 젊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척추측만증 협회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척추 측만증이 발병한 환자 6명 중 5명은 여성이라고 합니다. 외모에 한참 민감할 청소년, 특히 여자아이가 느낄 고통은 상상보다 크다고 합니다.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지니 공주의 이런 행동은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을 겁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유지니 공주의 말처럼, 미의 기준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는 참 아름답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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