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임대차 분쟁을 겪고 있던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에서는 지난 6월 새벽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지게차로 문을 부수고 강제집행을 강행했다. 작년 강남구 개포주공 8단지 강제집행 때는 400여명의 용역들이 소화기를 난사하며 상가 세입자들을 끌어냈다. 지난 연말 성북구 장위뉴타운 7구역에서는 서울시의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 원칙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동절기 철거가 진행됐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집행현장의 문제점과 법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강제집행이 있는 곳은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제윤경 의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 개최했다. 서울시는 강제집행 현장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36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은 그동안 130회 이상 철거 현장에 입회했다.
심포지엄은 인권지킴이단 변호사들의 발제와 전문가 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인도집행 과정에 적용되는 도시정비법과 토지보상법, 민사집행법, 집행관법, 경비업법 등의 문제점과 개선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공대호 변호사는 먼저 “토지보상법에 따라 지급되는 손실보상금이 실거래가격이 아니라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이라는 문제점이 있다”며 “손실보상금은 실거래가격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손실보상금만으로는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주거, 생활, 영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손실보상 불복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도집행이 강행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공 변호사는 “제1심 판결 선고 이후 인도집행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도집행 이후 건축물이 철거되면 손실보상 불복 절차에서 감정평가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도집행 관련 법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현지현 변호사는 “보상액 산정시 개발이익을 배제하도록 하는 토지보상법을 공익성이 강한 정비사업에 준용하는 것은 개발로 인한 이익을 사인인 조합에 일방적으로 귀속시키는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비판하고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액은 개발이익을 반영하되, 그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을 의무 규정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비사업 단계별로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3/4 이상’, ‘토지면적 1/2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상당수가 반대하더라도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에 대해서는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자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정”이라면서 “단계별 정족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정비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해당 정비구역 면적의 10분의 1 범위 내에서 대지 또는 건축물을 현물보상할 것을 의무화하여 이들이 종전의 생활권역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종합토론에 참여한 김보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은 “법원에서 파견한 집행관만의 강제력으론 강제집행을 달성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강제집행 시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원조 요청을 받아 현장에 나온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원호 책임연구원은 ‘강제퇴거금지법’의 입법화를 촉구했다. “개발사업으로 퇴거하게 되는 모든 거주민들이 개발사업 시행 전과 동등하거나 나은 삶의 수준으로 재정착할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보장하지 않는 강제퇴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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