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가격의 수상한 폭등세…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Է:2018-09-30 12:41
:2018-10-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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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지난 12일 광주 운암동 모 아파트 2단지 600여 세대에는 낯선 안내문이 현관 우편함을 통해 배포됐다. 제5기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 명의의 안내문에는 동 대표들로 구성된 이 기구의 짤막한 출범소감과 결의에 찬 당부가 담겨 있었다.

동 대표들이 출범 직후 주변 부동산 업체를 방문했는데 유리창에 내걸린 해당 아파트 가격이 3~4년 전과 동일했다는 것이다.

A4용지 1장 분량 안내문에는 “학군·지리적 여건이 최고인 우리 아파트가 가장 저평가 되어 있다. 이사를 가더라도 정상가에 매매해줄 것을 부탁한다. 만약에 낮은 가격에 거래를 부추기는 부동산업체는 고발 조치를 한다”는 ‘담합’도 공표했다.

한마디로 절대 아파트를 싸게 팔지 말라는 얘기다. 철벽 하한선을 만들어 아파트 가격을 방어하거나 올려 받자는 논리다.

이들은 전문가 의견을 빌렸다고 전제했지만 자신들의 아파트가 광주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을 안내문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했다.

아파트가 밀집한 광주 봉선·수완 지구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을 높이거나 일정 수준에서 사수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상황 2.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봉선동 A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4㎡의 A아파트는 500여m 떨어진 같은 면적의 B아파트에 비해 3배 높게 거래시세가 형성돼 있다.

건축 시기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동일한 넓이의 두 아파트는 3억원과 9억원대로 거래금액이 놀랍도록 판이하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에서 따온 봉선동 남쪽(봉남)과 북쪽(봉북)이라는 소지역적 원인도 일부 작용한다. 학원가 등이 잘 형성된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격차의 근본 배경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외부 투기꾼들의 ‘허위거래’에 눈감고 아웅 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실제 광주지역에는 지난해부터 시세보다 5000만~1억 원 높게 부동산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신고한 뒤 60일 이전에 이를 철회하는 허위거래가 잦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파트는 거래신고를 했다가 취득세 납부기한 이전에 이를 백지화하면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 아무런 제재도 없다. 그사이 국토교통부 ‘부동산실거래가격’ 사이트에는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금액에 아파트가 실제 거래된 것으로 기정사실화 된다.

투기꾼들이 1년 동안 3~4차례에 걸쳐 몇 천만, 몇 억원 원씩 ‘뻥튀기’로 가격을 조작한 아파트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송두리째 짓밟고 있다.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투기꾼들이 부동산 거래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동안 지자체와 사법당국은 이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왔다.


광주지역 아파트 시장의 ‘기형적 폭등현상’이 언제 변곡점을 맞을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시와 경찰 등이 이상기류에 빠진 아파트 가격안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합동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정부의 지난 8·27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아 부동산 투기 불법세력에 대한 단속활동을 강화한다”고 30일 밝혔다.

시와 경찰은 지도단속, 홍보·역량 강화, 제도개선 등 3개 분야에 중점을 두고 단속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합동단속반 편성을 통한 지도단속은 허위거래 등의 불법행위를 집중단속하고 단속지역은 기존 남구와 광산구에서 5개 자치구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홍보·역량 강화는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공인중개사협회 등 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캠페인, 현수막 게첨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담당 공무원 직무역량을 높여 단속전담팀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제도개선 분야는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인 ‘실거래신고제’의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고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건설원가 공개’ 도입도 검토한다는 게 골자다.

국민은행 부동산 대출담당 직원 안모(55)씨는 “광주지역 아파트 가격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탓에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며 “‘풍선효과’가 사라지면 광주권 아파트 가격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광주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관련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분양권 거래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해 건전한 부동선 거래질서를 확립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 27일부터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에서는 부동산 거래가격 허위신고는 물론 가격을 조작한 계약서 작성, 불법 알선·중개, 떴다방 등을 신고 받고 있다. 시는 위반사실이 밝혀지면 공인중개사 등의 등록취소,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등 강력히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확대 간부회의에서 “남구와 광산구 등의 아파트 값 폭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용 114㎡(45평형)의 남구 모 아파트는 올해 1월 7억6000만 원인 매물이 현재 12억 원을 넘는 호가로 7개월 만에 5억원 올랐고, 같은 지역 모 아파트도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체적 사례까지 곁들였다.

이 시장은 “집값 급등과 부동산 투기는 건전한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며 “토지정보과 등 관련 부서는 광주지방국세청·수사기관 등과 부동산 거래질서를 특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강력히 지시했다.

하지만 시와 경찰의 이 같은 집중단속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방치하다가 시민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요란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인터넷 검색한 결과 광주지역 아파트 가격은 뒤죽박죽 요지경이었다.

최고가 기준 지난해 1월 5억700만원에 거래된 봉선동 H아파의 경우 올해 8월6700만원으로 1년 8개월 동안 3억6000만원(71%) 수직 상승했다. 놀라운 건 7월 7억2500만원에서 한 달 사이 1억4200만원(20%)이나 폭등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월 3억9000만원에서 지난달 8억원으로 무려 2배 이상 급상승한 같은 동 J아파트도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간 1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5억5000만원으로 순식간에 1억6000만원 올랐다가 올해 1월 4억3000만원으로 아무 이유 없이 1억2000만원이나 곤두박질했다

서울의 10억짜리 아파트가 1년8개월 만에 20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같은 가격의 다른 아파트는 한 달 사이 12억원으로 2억원이나 오른 셈이다.

실거래로 신고한 순수한 거래자와 투기꾼들이 부풀린 허위거래가 뒤섞인 결과로 분석된다.
이 아파트는 이후 3월 6억6300만원으로 2달 사이 2억3300만원이나 다시 뛰어올랐다가 6월 7억4000만원, 7월 7억5800만원, 8월에는 8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짧은 기간 동안 거래가격 변동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결과다. 광주시민들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통계청 조사결과 64.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명 중 6~7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광주시민들은 아파트 폭등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살펴봐도 물가인상률을 10배 이상 초월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송정기씨(53)씨는 “전세를 무리하게 끼고 아파트를 한꺼번에 몇 채씩 사서 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챙기고 빠지려는 ‘갭 투자’까지 성행하고 있다”며 “아파트 거래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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