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KBO 총재는 지난 5월 한 강연에서 KBO리그의 연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다.
정 총재가 언급한 샐러리캡과 사치세는 2003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사치세는 팀 연봉이 일정 기준선을 넘어가면 해당 구단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전력 평준화를 위한 균등경쟁세라고도 불린다. 실제 세금이 아니라 야구발전기금으로 쓰인다.
일정 기준선이 샐러리캡이다. 선수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올해 MLB의 경우 40인 로스터의 연봉 총액이 1억9700만 달러를 넘어서면 초과분의 17.5%를 사무국에 납부해야 한다. 2년 연속 초과하면 30%, 3년 이상 초과하면 50%를 낸다.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연봉 구단은 보스턴 레드삭스다. 레드삭스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2억2300만 달러(약 2407억원)다. 보스턴의 뒤를 이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억300만 달러·2191억원)이다. 이 두 구단은 샐러리캡을 넘어선 만큼 사치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MLB에 사치세가 도입된 2003년 이래 15년간 가장 많이 사치세를 낸 구단은 뉴욕 양키스로 3억4100만 달러(3666억원)냈다. 돈으로 좋은 선수를 싹쓸이하는 ‘악의 제국’인 셈이다.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24명의 올해 연봉 합계는 130억원을 넘었다. 그런데 실업야구 선수 위주로 구성된 대만팀에 패하고, 사회인야구 선수로만 구성된 일본팀에 가까스로 이기면서 몸값 문제가 계속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KBO가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은 100만 달러로 제한하면서도 국내 선수들의 연봉은 손대지 않은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제 KBO리그에도 샐러리캡과 사치세를 도입할 때가 됐다. 이미 우리나라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출범 때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선수단 연봉 총액을 제한하고 이를 넘을 경우 사치세를 물린다면 일정정도 ‘묻지마 FA’ 대박을 막을 수 있고, 특정 구단에 좋은 선수들이 몰리는 현상도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선수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KBO리그의 균형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전제 조건이 있다.샐러리캡과 사치세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구단들이 정확한 연봉 정보를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KBO에 실제 계약 금액보다 적게 적은 이른바 ‘다운 계약서’를 제출해온 관행이 있었다. 옵션 조항도 모두 빼면서 금액을 낮춰 신고해온 것이다.
그러기에 구단이 공식 기관의 공인 절차를 거친 계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계속 프로야구 리그가 진행된다면 언젠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없음을 구단과 KBO 모두 각성해야 할 것이다. ‘공정’이라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할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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