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의 두 골키퍼가 서로를 의식한 듯 연일 정상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티보 쿠르투아(26)와 케일러 나바스(32)가 바로 그들이다.
레알은 지난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첼시에서 쿠르투아를 영입했다. 계약기간은 6년이다. 쿠르투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휴식 후 첼시 프리시즌에 불참하며 레알 이적을 강하게 희망했고, 결국 꿈을 이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수년간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해온 나바스의 존재였다. 나바스의 기량과 그간의 공로를 고려했을 때 백업 골키퍼는 그에게 마땅치 않은 대우였다. 나바스는 5년 동안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레알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3연패와 프리메라리가 1회 우승을 견인했다.
결국 세계 최고 수준 골키퍼 두 명을 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경쟁이 아닌 대회에 따라 골키퍼의 출전을 구분 짓는 이원화 체제를 선택했다. 나바스가 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 일정을 소화하며 쿠르투아는 프리메라리가에만 집중할 전망이다. 그에 따라 최근 리그 3경기에선 쿠르투아가 출전했고 나바스는 지난 20일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골키퍼 장갑을 꼈다. 로페테기 감독이 선택한 두 명의 월드클래스 골키퍼를 공존 시킬 수 있는 최선의 절충안이다. 다만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만큼 쿠르투아를 좀 더 비중 있게 기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케르 카시야스와 디에고 로페즈 두 명이 골키퍼를 두고 선택한 방식이다. 당시 레알에선 상징적이던 카시야스의 입지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흔들린 틈을 타 로페즈가 연일 신들린 활약을 보이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결국 지금의 쿠르투아처럼 로페즈는 리그에, 카시야스는 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에 주로 나섰다.

나바스는 로마를 상대로 총 4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신들린 선방을 보였다. 후반 3분 첸기르 위데르의 왼발 중거리포를 안정적으로 걷어낸데 이어 후반 11분 마르셀루의 헤딩이 빗맞아 자책골로 연결될 수 있을 뻔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쳐냈다. 정규시간 종료 직전 만회골을 노린 에딘 제코의 강력한 헤딩슛 역시 나바스를 뚫을 순 없었다. 쿠르투아 역시 만만치 않다. 출전한 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기록했다. 최근 에스파뇰전에선 에르난 페레스의 중앙 돌파 후 슈팅을 막아내는 등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잠시의 부진이 곧바로 자신의 입지로 직결되는 만큼 넘버원을 놓고 펼치는 두 선수의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골문의 안정감을 항상 유지할 수 있는 레알 입장에선 커다란 호재다. 정상급 골키퍼들의 서로를 향한 대결이 더 재미있어졌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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