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종료 이틀만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4·27 정상회담 이후 숨가쁜 외교 일정이 몰아치면서 문 대통령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북에서 귀환한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출국한다. 오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방북결과를 논의하고, 27일에는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미 간 대화의 중재와 촉진의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돌아오면 스스로 “별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올해 안”이라고 명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준비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오는 11∼12월로 전망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의 건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방문 이후 몸살에 걸린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문 대통령은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몸살감기에 걸렸다. 대통령 주치의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 병가를 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접견과 6·13지방선거 시도지사 당선자들과의 만남이 취소됐다.
문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일정을 미룬 것은 처음이었다. 통상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국가기밀’이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다만 대통령 일정을 놓고 분분한 억측이 나올 것을 우려해 건강 상태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병가를 낸지 8일 만인 지난 7월 2일 업무에 복귀하며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빡빡한 일정은 계속됐다. 복귀 6일만에 인도·싱가포르 순방을 떠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로 격무에 시달렸다. 3월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5박 7일) 등을 소화했다.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은 당일치기로 이뤄졌다. 같은 달 워싱턴 공식 실무방문은 1박 4일의 강행군이었다. 일정 사이에 하루짜리 연차휴가를 쓰기도 했으나 피로를 털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숨가쁜 일정이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있어 중대한 시기인 만큼 청와대 모두가 긴장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공개 행사를 갖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유엔총회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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