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붉은불개미 830여 마리가 발견되면서 항만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산·인천항만이 아닌 내륙에서 발견된 게 처음인데다 번식력이 강한 여왕개미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붉은불개미는 알려진 것처럼 ‘살인개미’라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이 쏘일 경우 가려움과 통증을 유발하는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내륙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품목은 중국산 조경용 석재다. 중국 광저우 황푸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에 실려와 지난 7일 부산항 허치슨 부두로 입항했다. 하지만 석재는 검역대상이 아닌 탓에 인근 감만부두 내 화물조작장으로 옮겨졌다가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운반됐다.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이후 내륙에서 붉은불개미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항 허치슨 부두에선 지난 6월 공주개미 등 3000여 마리가 발견됐지만 여왕개미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환경부는 “붉은불개미 예찰·방제 매뉴얼에 따라 발견현장에 살충제를 살포하고 1차 소독을 실시했다”며 “여왕개미 및 군체가 추가 발견됨에 따라 약제소독을 실시했고, 훈증소독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지점 반경 2㎞ 내에 개미 트랩을 10~50m 간격으로 설치해 예찰 조사를 진행하고, 석재가 수입된 항구와 컨테이너 소독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번식력 강한 여왕개미…확산 가능성은
당초 17일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된 붉은불개미는 일개미 7마리였지만 18일 전문가 합동조사에서 붉은불개미 830여마리가 추가 발견됐다. 여왕개미 1마리, 공주개미 2마리, 수개미 30마리, 일개미 770마리 등으로 구성된 군체다.
문제는 붉은불개미 여왕개미다. 번식력이 강한 여왕개미는 여름철과 가을철 매일 수백개에서 수천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완전한 퇴치가 매우 까다롭다.
이번 군체에 여왕개미와 수개미, 공주개미가 다수 포함된 것은 이미 내륙에서 상당한 번식이 진행됐음을 뜻한다. 성숙한 공주개미와 수개미는 하늘에서 교미를 하는 결혼비행을 통해 새 군체를 형성한다. 공주개미는 결혼비행 후 날개 없이 여왕개미로 지상에 정착하면서 알을 낳기 시작한다. 때문에 붉은불개미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정부는 국내 생태계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환경부는 “항구나 보세지역 등에서 여왕개미를 포함한 대량 군체가 발견된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석재가) 하역 후 대구 현장으로 직송됐고 이동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아 결혼비행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 붉은불개미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에 속하는 해충이다. 환경부도 지난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했다.
붉은불개미 독에 들어있는 ‘솔레놉신’이란 특이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 쏘일 경우 통증과 가려움이 나타나며,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과민성 반응)를 일으킬 수 있다. 물린 후 세균에 감염된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70년 동안 80명 가량 사망한 사례도 보고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