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업 야구는 1946년 해체된 한성야구리그를 승계하며 1950년대 4~5개의 실업팀으로 운영됐다. 1963년 5~6개의 금융 야구단 창단으로 70년대까지 최고의 실업야구 시대가 열린 바 있다. 그러나 1982년 KBO 프로야구 리그가 출범하면서 모든 팀이 차례대로 해체되기 시작했고, 2002년 마지막 남은 팀이 재정난으로 해체돼 실업야구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실업야구가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 것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무관치 않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실업 야구팀 선수 위주로 구성된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패하고,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엔 가까스로 이기면서부터다. 이러면서 병역면탈 통로로 활용돼온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과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 거품 문제가 본격 제기되면서 실업야구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정운찬 KBO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LG 트윈스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의 병역 특례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러면서 실업야구 재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과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이 만남을 통해 실업야구단 창단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백구회를 비롯해 야구계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 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회는 실업리그 부활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는 10월까지 창단 기업을 확정하고 내년 3월 리그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여 기업도 제법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실업 야구 리그가 부활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실업야구팀이 창단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고사 위기에 몰려 있는 대학야구 선
수들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프로 야구 선수들에 비해 많은 돈을 받을 순 없지만 안정적인 여건 속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성에는 아직 의문 부호가 붙어 있는 게 사실이다. 동호회가 아닌 만큼 만만치 않은 운영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업들이 운영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리그를 구성할만큼 야구장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주중 리그로 운영할 경우 무관심 속에 홀연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기에 실업야구가 제대로 부활하려면 많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실업야구팀을 운영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지역 프로야구팀과 교류도 늘려야 한다. 프로야구 진출의 통로로 활용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추어 국제대회 출전 규정이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경우 대학야구와 실업야구 선수들을 주축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KBO와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 중심으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향후 모든 아마추어 대회에는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되도록 한다면 실업야구팀이 활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중리그보다는 주말 경기를 많이 편성해 팬들을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와 대학에서 자신의 야구를 펼쳐보이지 못하고 떠나가는 선수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실업야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