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촉구했다.
김 할머니는 3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의 손에는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는 팻말이 들려있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사이에 체결된 한일합의에 기반해 설립됐다.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으로 설립됐지만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위안부’ 피해자와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은 계속해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화해치유재단은 아무런 사업도 진행하지 않은 채로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로 일본정부 위로금 10억엔(약 100억5000만원)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라고 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꼼짝하지 않고 있다”며 “한 번도 우리를 보러 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을 팔아서 월급을 받는 것이 우스운 일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당장 해결짓는다고 하더니 위로금을 받고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했다”며 “우리가 위로금을 받으려고 이렇게 싸웠나. 위로금은 1000억을 줘도 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일절 이야기가 없다”며 “국민 입장에서 한시라도 빨리 재단을 철거하고 평화의 길을 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 할머니는 현재 암 투병 중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그는 “내가 수술한 지 5일밖에 안 됐다”며 “방에 누워있으려니 속상해 죽을 것 같아 아무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지만 할머니는 굴하지 않았다. 우비를 입고 휠체어에 탄 채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도 와 있었다. 김 할머니는 타케다 기자를 불렀다. 김 할머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보고 과거 식민지 잘못을 뉘우치라고 전해달라”며 “크게 사과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이 정도만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늙은 김복동이가 얘기한다고 신문에 좀 내 주세요. 아베 총리가 보도록, 귀에 들어가도록 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타케다 기자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의연 측은 “한국정부가 재단 해산 조치를 즉각 이행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문제 해결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이날 김 할머니의 1인시위를 시작으로 9월 한 달 간 외교통상부와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동시에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인 시위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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