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 야구 사상 첫 ‘부자(父子)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아버지 이종범주루코치와 주루코치와 국가대표 리드오프 외야수 이정후(20)가 그 주인공이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자카르타-팔렘방 GBK 야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0 승리를 이끌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 이종범은 이미 선수로 출전한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번엔 코치로 아들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한 팀에서 뛴 것만도 보기 드문 일인데 똑같이 금메달을 건 부자라는 점은 더욱 희귀한 일이다.
그럼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바람의 손자’ 이정후 중 누가 더 큰 활약을 했을까.
이정후는 이번 아시안게임 6게임 전 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26일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3타수 1안타,1볼넷을 기록했다. 같은 달 27일 인도네시아전에선 2타수 2안타에다 1볼넷과 2타점을 기록했다. 다음 날 홍콩전에선 홍콩전 6회 투런 홈런과 9회 솔로 홈런을 포함해 7타수 4안타를 쳤다. 타점은 4타점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타율 0.583(12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달 30일 수퍼라운드 1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다음 날 중국과의 경기에선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일본과의 결승에선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6게임에서 24타수 10안타 0.417를 기록했다. 7타점에다 6득점도 함께다.
이정후는 올해 초 최종 엔트리 24명 발표 당시 탈락했다. 이어 주루플레이 도중 어깨를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부상에서 회복한 뒤 엄청난 타격감을 앞세워 마침내 0.378로 타격 1위에 올라섰다.
이정후의 아시안게임 출전은 그리 쉽지 않았다. 장타력 보강을 위해 훈련을 하다 뜻하지 않게 손가락을 다쳐 미국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시즌 중이던 5월에는 왼 종아리, 6월에는 왼 어깨를 다쳐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그런 사이 지난 6월 11일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24명 발표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뒤 이를 악물고 배트를 휘들렀다. 지난 9일 복귀한 이후 맹타를 휘둘렀다. 복귀 이후 24경기에서 타율 0.486, 1홈런 16타점 6도루 23득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타율 0.378로 당당히 타격 1위에 올라섰다.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대표팀 외야수 박건우(두산) 등 4명이 부상과 부진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하면서 지난달 13일 대체멤버로 극적으로 승선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 1번타자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18년 전 아버지 이종범도 코치가 아닌 선수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다. 당시 이종범은 5경기에서 0.353의 타율(17타수 6안타)에다 3타점 2도루 4득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 그리고 득점 등에서 아들 이정후가 아버지 이종범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록 비교는 무의미하다. 이미 그들은 대한민국 야구계의 중요한 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앞으로 더욱 커 나갈 것이기에 부자 금메달을 뛰어넘는 새로운 의미의 기록을 세워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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