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 코리아의 주장 임영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간 내내 때로는 강한 모습으로, 때로는 자상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수비의 조직력이 흔들리면 그는 무서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부드럽게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맏언니의 몫이었다. 북측 선수 장미경이 돌파를 하다 쓰러져 유니폼이 더러워지자, 임영희는 자유투를 던지는 장미경 뒤로 가만히 다가가 먼지를 털어줬었다.

1980년생인 임영희는 프로 및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 나이다. 하지만 그는 대회를 전후해 승리에 대한 집념을 강하게 드러냈었다. 정치적인 의미가 많이 부각된 ‘코리아’의 결성 과정에서도, 임영희가 먼저 말한 건 경기력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전 “북측 선수들이 합류해서 같이 훈련을 한다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게임을 해본 결과 못 알아듣는 말도 있고, 북측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못 알아듣는다”며 우려했었다. 북측과의 합동훈련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선수단의 단합을 위해 주장으로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했다.
농구팬들은 “임영희의 동기가 변연하”라며 임영희의 ‘롱런’에 놀라워한다. 그런 임영희는 뒷짐만 지는 베테랑은 아니었다. 팀 최고령인 임영희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는 것은 기록이 입증한다. 임영희는 여자농구 종목 7경기에서 23개의 가로채기를 성공,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91득점을 올려 누적 득점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 13.0득점은 전체 9위에 해당한다. 그보다 평균 득점이 높은 코리아의 선수는 노숙영(15.1득점) 1명 뿐이다. 필드골 성공률은 53.9%로 전체 4위였다.
임영희는 지난 1일(한국시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전후반 각각 12점씩 24점을 넣으며 코리아의 공격을 이끌었다. 유난히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그의 슛이 잇따라 림을 가르면서, 경기 초반 맥없이 끌려가던 코리아는 점점 힘을 내기 시작했다. 3쿼터에 드디어 40-38의 리드를 만드는 2점슛을 성공시킨 이도 임영희였다. 임영희는 수비 과정에서 리바운드를 위해 높이 뛰어올랐다가 중국 선수와 부딪히며 ‘쿵’ 소리가 나도록 코트 바닥에 강하게 떨어지기도 했다. 머리에 충격이 있었지만 이내 털고 일어났다.
단일팀의 위대한 여정이 은메달로 끝난 뒤 박지수는 굵은 눈물을 쏟으며 “영희 언니한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내가 못 뛰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접전을 만들어 줘 자랑스럽다”고 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임영희는 울지 않았고, 목소리가 컸다. 그는 “가장 아쉬운 건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수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대등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금메달을 선물해 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하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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