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엽총사건의 범인을 제압해 추가 피해를 막은 박종훈(53)씨가 LG 복지재단으로부터 받을 ‘LG 의인상’ 상금 3000만원을 유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박씨는 지난 26일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통지를 받은 이틀 뒤 LG 및 봉화군 관계자에게 ‘상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씨는 28일 “다른 분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도 아닌데.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의 결정이 부인 민덕순(51)씨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제 아침 아내가 먼저 상금을 유족에게 기부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안타까운 일로 받은 상금인데 나도 그렇게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부부의 두 아들도 부모의 결정에 찬성했다.

박씨는 지난 21일 오전 경로당 보수작업 일로 면사무소를 찾았다. 박씨가 면사무소에서 일을 처리하는 도중 첫 번째 총소리가 들려왔다. 총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피의자 김모(77)씨가 손모(48·민원담당 행정6급) 계장을 향해 한 차례 엽총을 발사한 후 다른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박씨는 당장 총을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범인에게 달려들기 직전 발사된 총알은 이모(38·민원담당 행정8급)씨를 향했다. 박씨는 곧장 총열을 움켜쥐었다. 범인은 저항하며 또다시 두 발을 발사했지만, 다행히 총알은 빗나가 유리창을 관통했다. 박씨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힘을 합쳐 피의자를 제압했다.
박씨는 “총을 막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김씨가) 총구를 내게 돌렸지만 제압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직원이 목숨을 잃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4년 전 봉화로 귀농한 범인 김씨는 사건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년 전부터 이웃과 갈등, 민원처리 등으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김씨는 21일 오전 9시13분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웃 임모(48)씨가 거주하는 곳으로 찾아가 1차 범행을 저질렀다. 임씨는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씨는 3.8km 거리 떨어진 소천면 사무소로 향했으며 오전 9시31분쯤 면사무소 1층에 들어가 공무원들을 향해 엽총을 발사했다. 경북 봉화경찰서는 살인과 살인미수로 구속한 김씨를 29일 검찰에 송치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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