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뇌물 비망록’을 작성한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보자”고 나섰다. 검찰이 지난 7일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의 비망록을 공개한 뒤 파장이 계속되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서 확인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차라리 이팔성을 여기(법정) 불러서 거짓말탐지기로 확인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의 비망록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2008년 4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나 산업은행 총재 임명 또는 국회의원 공천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 전 회장으로부터 19억6230만원, 2010년 12월~2011년 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대가로 3억원 등 총 22억623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사청탁, 금전공여를 둘러싼 경위, 당시의 심경 등이 날짜별로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은 저한테 그런 얘기 할(인사 청탁) 위인도 아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나를 아는 사람은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를 궁지로 몰기 위해서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나한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음모론’을 펼쳤다.
이 전 대통령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2008년 3월 7일 비망록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2008년 3월 7일 당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이 전 회장에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제안했고,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원했던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내용도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 전 회장은 그 해 2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대선 전에 최선을 다해 자금 지원을 해드렸다”며 “금융위원회 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공천까지 의향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3월7일 (비망록 내용과 관련해) 그런 일이 없다. 변호사가 당시 전화를 찾아보자고 하는데 뭘 찾느냐. ‘검찰이 찾아야지 왜 당신이 찾느냐’고 했다”면서 그 날 통화 등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그해 3월 28일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도 적혀 있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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