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잠 못드는 청춘들에게 ‘ASMR’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먹방(먹는 방송)’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자, 일부 크리에이터(영상 제작자)들은 먹방 ASMR 제작에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이라는 뜻으로 2010년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당시 한 회사원이 건강 관련 사이트에 ‘이럴 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지 않냐’면서 비 오는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등을 함께 올렸다. 이 글에 누군가 ‘그런 감각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라고 할 수 있겠다’는 답글을 달았다. 이후 ASMR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관련 콘텐츠가 늘어났다. 구글에 ‘ASMR’을 검색하면 약 3820만개 가량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ASMR을 듣는다고 한다. 취업준비생인 최모(27)씨는 “고등학생 시절, 수학 시험같은 걸 볼 때 문제를 풀면서 나는 연필 소리가 다른 학생들의 책상에서 날 때 집중이 잘 되고 좋았다”며 “좋아하는 소리여서 그럴 수 있지만 마음도 편안해지고 잠도 잘 온다”고 했다.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박모(34)씨는 “변화가 많은 근무로 숙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ASMR 관련 동영상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면 더 숙면이 잘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SMR이 각 사람들이 가진 즐거운 반응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얘기한다. 스티븐 노벨라 예일대 교수는 “스마트폰 등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과 청각 등으로 쾌락 반응을 일으켜 심리적 안정이나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수면 영상’으로 알려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우주의 끝’ 시리즈는 영상 당 70만~400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약 14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국내 ASMR 크리에이터는 귀청소·마사지·입소리·게임 플레이 등으로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ASMR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했다. 100만 가량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는 한 앱은 ‘수면 라디오’를 주제로 여러 소리를 제공하는데, 주력 콘텐츠 중 하나는 ‘고막 이성친구’다.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거나 이성친구가 된 것처럼 상황극을 하는 콘텐츠를 들으며 ‘솔로’ 들은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소재도 다양하다. 사람마다 안정감을 느끼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 신문을 부스럭거리는 소리처럼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소리를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시간 가량 되는 영상 내내 웃기만 하는 영상을 찾는 사람도 있다.
ASMR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에 대해 각계에서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취업포털인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2030 직장인 11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가 본인이 ‘타임푸어(시간 거지)’라 느낀다고 답했다. ‘타임푸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교육업계 종사자는 “직장인뿐 아니라 공시족 등 취업준비생도 ASMR을 많이 이용한다”며 “최근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인한 불안감을 잠시라도 해방하려는 심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종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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