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의선 숲길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6.3㎞ 길이의 공원으로 이국적인 느낌의 카페들과 옛 향수를 간직한 연남동 일대의 골목이 어우러져, 도심 속 휴식을 원하는 시민들과 주변 대학 학생들의 산책코스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경의선 숲길에는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유명한 고양이가 있습니다. 바로 경의선 숲길의 마스코트 ‘호박이’입니다. 호박이는 낯선 사람들도 잘 따르고 애교가 많아 숲길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여운 고양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박이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던 지난달 28일 점심,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큰 부상을 당해 쓰러져있는 호박이를 발견했습니다. 평소 호박이를 잘 알고 있던 A씨는 쓰러져 있는 고양이가 호박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A씨는 호박이의 심상치 않은 상태를 보고 곧장 인근의 동물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진단결과 호박이는 골반과 꼬리 쪽의 큰 부상을 입어 곳곳의 뼈가 골절되고 요도가 파열된 상태였습니다. 처음 공격을 당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있었지만 진단 결과 사고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답니다.
다행히 A씨의 도움으로 인해 호박이는 이날 저녁 파열된 요도를 치료하고 소변길(요도루)를 만들어주는 수술인 ‘요도루조성술’과 타박상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1차 수술은 잘 마무리가 됐지만 호박이는 부상 정도가 심각해 빠른 시간 안에 2차·3차로 이어지는 추가 수술을 받지 못하면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미 1차 수술만으로도 100만원이 넘는 큰 비용이 발생한 상황에서 학생신분으로 약 400만원에 달하는 추가적인 수술비용을 감당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날 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는 서강대학교 학생들의 모임인 ‘서강고양이모임(서고모)’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금을 호소하는 글을 올립니다. A씨는 “부디 여러분의 성원으로 호박이를 도와주세요. 작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모여 호박이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경의선숲길의 마스코트, 고양이 호박이를 살려주세요”라며 서고모 회원들의 후원을 부탁했습니다.
서고모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호박이의 사정을 알리고 후원을 부탁합니다. 호박이의 건강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서고모 회원들과 지역 주민,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이 모금에 동참합니다. 놀랍게도 단 이틀 만에 무려 244명의 사람들로부터 53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성원으로 지난 1일 호박이는 2차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A씨는 2차 수술이 끝난 후 서고모 페이지에 “여러분의 기도와 병원 선생님들의 정성으로 인해 수술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1차 수술 때보다 깨어난 후 상태도 더 좋았습니다”라며 호박이의 엑스레이 사진과 후원 내역·수술 청구서 등을 첨부했습니다.
호박이의 수술이 잘 진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서고모 회원들은 “호박아 빨리 건강해져서 걸어다니자!” “눈물이 흐르네요…” “진짜 다행입니다”라고 댓글을 달며 호박이의 빠른 쾌유를 빌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태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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