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got, I got, I got, I got Loyalty, got royalty inside my DNA(내겐 충직함이 DNA 안에 있네)”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힙합 아티스트인 켄드릭 라마가 정규 4집 ‘DAMN.'의 수록곡 ‘DNA’와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팬들은 열광하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pulitzer kenny’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퓰리처상을 받은 ‘케니(켄드릭 라마의 애칭)’라는 뜻이다. 실제로 켄드릭 라마는 지난 4월 힙합 뮤지션 최초로 언론계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돈과 고급차,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뽐내는 가사가 주류를 이루는 다른 힙합 가수들과는 달리 라마는 ‘퓰리처 수상’을 자신의 스웨그(swag·자기과시)로 삼았다. 켄드릭 라마가 다른 힙합 가수들과 구별되는 지점을 알 수 있는 무대 연출이었다.

힙합 DNA 심은 70여분.
켄드릭 라마는 지난달 30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KENDRICK LAMAR’에서 자신이 ‘힙합의 제왕’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스타임을 입증했다. 찜통 같은 폭염에다 야외 스탠딩 공연으로 몇몇 관객이 탈진할 정도의 극한 환경이었지만 켄드릭 라마는 화려한 랩 퍼포먼스와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켄드릭 라마는 화려한 랩 스킬과 시적이고 철학적인 가사, 흑인 사회를 대변하는 메시지로 2018년 현재 최정상에 서 있는 래퍼다. 이번 슈퍼콘서트는 랩 슈퍼스타인 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공연이었다. 70여분 간의 공연은 강렬했고, 여운이 길었다.
세트리스트는 가장 최근에 발매한 앨범 ‘DAMN.’ 위주로 구성됐다. ‘ELEMENT’ ‘LOYALTY’ ‘HUMBLE’ ‘LOVE'등 ‘DAMN.'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2집 ‘Good Kid, M.A.A.D city’와 3집 ‘To Pimp a Butterfly’에 수록된 주요 곡과 동료 아티스트인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Goosebumps’ 등 켄드릭 라마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유명 곡들까지 들을 수 있었다. 켄드릭 라마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시종일관 CD를 삼킨 듯한 라이브 실력이었다. 켄드릭 라마의 곡들은 플로우가 매우 다채롭고 톤이 극적으로 바뀐다. 켄드릭 라마는 70여분 간 20여곡이 넘는 노래를 불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음원과 다름없는 톤으로 랩을 뱉어냈다.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비트와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비트를 뚫고 나오는 랩이었다.

켄드릭 라마는 흔히 볼 수 있는 ‘팬서비스’ 대신 노래를 완벽히 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팬들이 지쳐갈 때쯤이면 ‘Make some noise for yourself!(너 자신을 위해 환호해 봐)’를 외치면서 호응을 유도했다. 팬들은 곡 중간 중간마다 ‘켄드릭! 켄드릭!’을 외치며 열광했다.
마지막 앙코르곡은 영화 ‘블랙팬서’의 주제가 ‘All the stars’였다. 켄드릭 라마는 관객들에게 핸드폰 플래시를 켜달라고 요청했다. 깜깜한 밤하늘에 묻힌 공연장은 무대 위 켄드릭 라마와 객석 관객들이 비추는 불빛으로 가득 찼다. 켄드릭 라마는 “다시 돌아오겠다(I'll be back)”는 말을 천천히 남기고 퇴장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결정적 순간에 발생한 두 번의 음향 사고는 절정에 이른 콘서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켄드릭 라마의 대표곡인 ‘LOYALTY’와 ‘Swimming pools’가 나오던 도중, 음향 사고가 벌어지면서 ‘떼창’을 즐기던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다만 켄드릭 라마가 천천히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이어간 것은 다행이었다. 70여분의 비교적 짧은 공연이었지만 켄드릭 라마가 한국 팬들에게 힙합 DNA를 심고 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켄드릭 라마는 누구
켄드릭 라마는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다. 빈민 지역인 컴튼(Compton)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투팍(2Pac)과 닥터 드레의 ‘California Love’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두 사람을 우연히 목격한 뒤 힙합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켄드릭 라마가 지금까지 발표한 정규앨범은 4장인데 모두 ‘클래식’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는 2011년 인디 레이블에서 데뷔앨범 ‘Section.80’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Good kid, M.A.A.D city’ 앨범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2위, 미국 내 170만 장 이상의 음반판매고를 기록했고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2015년 3월 켄드릭 라마는 정규 3집 ‘To Pimp a Butterfly’를 발표하며 또한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등극했으며, 롤링스톤과 피치포크, 빌보드 등 주요 음악 전문 매체에서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됐다. 또 제5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Best Rap Performance’와 ‘Best Rap Song’, ‘Best Rap Album’ 등 5관왕을 차지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How Much a Dollar Cost’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최고의 노래로 꼽기도 했다.
지난해 켄드릭 라마는 힙합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명반인 ‘DAMN.’을 발표한다. 이 음반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완벽히 결합시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켄드릭 라마는 이 앨범으로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Best Rap Album’, ‘Best Rap Song’ 등 5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힙합의 황제이자 켄드릭 라마 자신의 우상이기도 한 제이지(JAY Z)가 내놓은 음반인 ‘4:44’와의 그래미 경쟁에서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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