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김지은의 절규

Է:2018-07-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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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재판에서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안 전 지사에게 4차례 성폭행을 당한 김지은(33)씨는 안 전 지사의 1심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인식의 폭력성에 대해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조경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및 강제추행 등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A4 14장 분량의 피해자 진술서를 읽었다. 김씨는 자신을 비난하는 ‘2차 가해’로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제가 거절하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 쉽게 말한다”며 “(안희정 캠프에서 제왕적 리더였고 자신의 상사였던) 피고인의 무서운 눈빛에 제압당하고 꼼짝달싹 못 하고 얼어붙게 된다”고 했다.

그는 “목석같이 누워있던 제게 피고인이 행했던 폭행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고인이 저를 범했을 때의 그 두려움은 지금도 소스라치게 괴롭다”며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다시 그 시간과 장소로 가도 피고인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씨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며 성폭행을 당한 걸 김씨 탓으로 돌리는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성폭력을 당하고 고통 가운데 있는데도 오히려 ‘당신 잘못’이라며 비난을 받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 때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소리치고, 두 손으로 지사를 세게 밀쳐내고, 문을 어떻게든 열어서 막 뛰어나와, 복도를 뛰면서, 다른 방문을 두드려서 ‘지사님이 저를 성폭행 해요’ 외치면서 신고해달라고 했어야 할까요.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어떤 피해자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김씨는 ‘미투’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거대했던 피고인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범죄를 공론화하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저를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저를 보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투’ 이후 김씨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당하며 오히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도 숱하게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4차례 성폭행을 당했던 8개월, 미투 이후 5개월까지 약 1년 동안의 시간 가운데 마지막 성폭행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제게 가장 괴로웠던 날은 2월 25일 지사의 마지막 범행이 있던 날입니다. ‘미안하다’며 사과하듯 처음 말을 꺼냈지만 결국 ‘미투 하지 말라’는 압박을 드러내며 또 다시 성폭행을 가했습니다. 그렇게 제 입을 막았다고 생각한 피고인은 그 다음 주인 3월 5일 오전에 ‘미투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태연히 했습니다. 괴물처럼 보였고 무서웠습니다.”


안 전 지사가 미투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그 날 저녁, 김씨는 JTBC에 출연해 미투를 선언했다. 그 이후 끊임없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으나 김씨는 “그날이 저를 피고인의 범죄로부터 해방시켜준,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준 고마운 날”이라고도 했다.

김씨는 자신을 향해 “왜 네 번이나 당했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어야 했다. 김씨는 이렇게 되물었다. “제가 피고인에게 묻고 싶다. 왜 네 번이나 그렇게 했느냐고.”

그는 이어 “다음 날 제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잊으라’는 말을 해 놓고도 또 다시 폭력을 써가며 그랬느냐고 묻고 싶다”며 “제게는 네 번이 아니라 각각 한 번 한 번 다 다르게 갑작스럽게 당한 성폭행이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법정에서 안 전 지사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을 옮기면 이렇다. 위력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숨겨진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일 수 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정의롭게, 약자의 편에서 행복한 세상을 만드라고 힘을 보탰던 거다. 당신의 성 욕구를 풀라고 내가 그 조직에 있었던 게 아니다. 당신은 나에게 단 한 번도 남자인 적이 없다. 이제라도 나와 다른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마땅한 벌을 받으라.”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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