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광화문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퇴근 길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종로구청 인근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과 관련해 구직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자리에는 남녀 청년 구직자, 편의점 업주, 음식점 업주, 중소기업 대표, 일반 직장인 등 약 20명이 참석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등이 함께 했다. 호프집에 문 대통령이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다들 조금 놀라셨죠. 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셨을텐데···”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국민과 소통, 퇴근길 시민들 만나겠다고 약속했었다. 요즘 최저임금, 고용문제가 심각하게 이야기가 되는 상황인데 오늘 아무런 메시지 준비 않고 오로지 근로자 분들의 이야기 들으러 왔다.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퇴근 길 시민들은 문 대통령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한 시민은 눈 앞에 문 대통령이 있는 게 신기한 듯 “대통령 왔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자리는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종환씨의 건배사로 시작됐다.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주십시오. (건배사는) ‘아싸’로 하겠다. 아끼고 사랑 합시다, 아싸”라고 외쳤다.
이후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종환 씨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生業)과 사업(事業)을 구분해줬으면 한다”면서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인데 근로시간 (단축), 시간 외 수당, 주휴수당이라 해서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종업원 안 쓰고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사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일자리 창출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경우에 상당 부분을 우리가 자금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는 건가”라고 물었고, 이 씨는 “대부분 식당일 하시는 분들이 (4대보험을) 사업자들한테만 강요해서 그냥 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하소연 했다.
청년구직자는 과도한 경쟁 문제를 꼬집었다. 대학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라는 취업준비생 이찬희 씨는 “이공계지만 언어가 필요하다. 토익스피킹, 오픽을 공부하고 있는데 돈이 많이 든다”며 “시험 비용이 많이 들고,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스스로 벌어서하는데 힘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스펙, 자격증 따는 데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드는가”라고 묻자, 이 씨는 “저는 한 달에 80만원 이상이 든다. 현재 자격증 3개를 준비하고, 학원만 4곳을 다닌다”며 “교통비, 식비를 포함하면 87만원 정도가 든다”고 답했다.

도시락 업체 사장인 변양희 씨는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했다. 변 씨는 “대통령님이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오늘 경우에도 알바가 오전, 오후 필요한데 공고를 내도 안 온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커피숍 아르바이트 서빙 이런 데로 가지 도시락을 싸는 건 힘들다고 안 온다. 오는 아르바이트생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발표한 이후로는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며 “돈 모으는 건 상관이 없는데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하다”고 설명했다.
안현주 씨는 “석사 공부하고 일을 했는데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으면서 여러가지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IT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은 “주간 52시간은 계절적 상황이 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물량을 받아야지 바삐 움직일 수 있다”며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면 먼저 연구개발이 지원돼야 하고, R&D가 잘 성사되면 국내 판매 쪽과 생산 쪽이 바쁘게 된다”고 주 52시간 시행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편의점 업주 이태희 씨는 “심야영업만 안하게 해 주면 점주들의 (불만은) 많은 부분 해소된다”며 “제 점포가 심야에 30만~40만원 정도로 별로 버는 게 없다. 그런데 심야 알바비가 70만~80만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자율이 됐지만 계약할 때 (가맹본사로부터) 전기료 지원을 받는다. 이게 심야영업 장려금”이라며 “이런 식으로 메리트가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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