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반 의견이 팽팽할수록 양쪽의 응집력은 더 강력해진다. 서로에 대한 ‘이해불가’는 곧장 혐오로 이어진다. 이러한 군중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하는 이들도 있다.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거나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서 주머니를 채운 이들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원 계좌를 열었고, 상대에 대한 분노가 담긴 현금이 모여들었다. 우리 사회에 스며든 ‘혐오는 돈이 된다’는 씁쓸한 단상이다.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찬반 논쟁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 단체가 난민 반대 집회를 인터넷 중계하면서 후원 계좌를 노출했다. 후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단체와 무관하게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금 활동의 창구로 난민집회를 이용하냐”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대표는 사과했지만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로 더 알려진 주옥순 MFN 엄마방송 대표는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 장면을 생방송하기도 했다.
주옥순 대표는 “어떤 단체가 ‘대한민국 국민이 먼저다’라는 슬로건 가지고 불법으로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 반대를 하고 있다”면서 “예멘 난민은 난폭하고, 현재 불미스러운 일을 벌인다”고 했다. 그는 “500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를 불법 체류 시키는 일을 연기 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주옥순 대표는 난민 반대 집회의 전 과정을 방송에 담았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인터뷰를 실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난민 반대 집회 인터넷 생방송 중 자막으로 띄워진 후원 문자 메시지와 계좌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행사를 주관한 난민 반대 단체가 모금을 중단했다는 점을 언급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 자신의 집회 참석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집회랑 전혀 상관없는 단체의 방송이다. 이 방송을 보고 주옥순 대표에게 난민 관련된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 네티즌은 “난민 반대 집회는 엄마부대와 무관하다. 순수한 집회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행사인데 당신들이 왜 후원을 받느냐. 집회 주최 측이 유튜브에서 모금 활동하지 말라고 두 번이나 당부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실제로 30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난민 반대 시위를 주관한 ‘불법 난민 외국인 대책 국민연대’(난대연)는 28일 블로그에서 “많은 분들이 후원 의사를 보내주셔서 후원금이 전날 모두 마련됐다”면서 후원금 계좌를 입금불가처리했다고 공지했다.
모금 계좌에 대한 비판이 일자 주옥순 대표는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에 “우리 방송팀에서 항상 후원 계좌를 올린다”면서도 “미처 생각을 못했으니 이해 바란다. 난민법 행사 보신 분들은 후원금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답변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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