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마틸다’에서 가장 강력한 건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품을 만나는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죠. 마틸다라는 작은 아이가 우리 모두에게 세상을 바꾸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아시아 최초, 비영어권 최초로 오는 9월부터 5개월간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 ‘마틸다’의 해외 협력 연출은 닉 애쉬튼은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마틸다’는 139년 전통의 영국 명문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탄생시킨 뮤지컬이다. 똑똑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 마틸다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으로부터 온전히 제 힘으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7년간의 연구·개발 후 2010년 트라이 아웃 과정을 거쳐 2011년 웨스트엔드 캠브리지 씨어터에서 초연됐고, 현재까지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46명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무려 1800명이 몰렸다. 특히 주인공 마틸다 역을 놓고 무려 600대 1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4명의 어린이가 최종 캐스팅됐다.
닉 애쉬튼 연출은 “한국만큼 훌륭한 배우들을 많이 만났던 오디션은 제 생애 처음이었다”면서 “지난 6년간 7개의 다른 프로덕션에서 일을 했는데 이번이 비영어권 첫 공연이다. 이야기에 담겨있는 진심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발현해낼 수 있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아역배우들은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소명은 “연습 분위기가 너무 좋다. 모르는 게 있으면 마틸다들끼리 서로 알려주며 연습한다. 지금까지 6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그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고 웃었다. 이지나는 “마틸다는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인데 그런 면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마틸다’로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황예영은 “뮤지컬이 뭔지도 잘 몰랐는데 해보니까 재미있다. 연기하는 건 힘들지만 두 달 뒤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가은은 “노래랑 연기를 같이 하는 게 어려웠지만 선생님께 배우며 많이 늘었다. 남은 기간 동안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마틸다의 따뜻한 조력자 허니 선생님은 오랜만에 뮤지컬에서 만나는 방진의와 신예 박혜미가 맡았다. 악독한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교장 미스 트런치불 역에는 김우형과 최재림이, 미세스 웜우드 역에는 최정원과 강웅곤이, 미스터 웜우드 역에는 현순철과 문성혁이 각각 캐스팅됐다.
“3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오다 보니 한 작품의 연장자가 돼 있다”고 운을 뗀 최정원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작품을 연이어 하게 됐다. 전작 ‘빌리 엘리어트’에선 가족의 반대에도 빌리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도와주는 선생님을, ‘마틸다’에선 딸의 천재성을 몰라보고 무시하는 엄마를 연기하게 됐다. 멋진 조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겠다”고 얘기했다.

최재림은 “그동안 제가 도전했던 역할 중 이렇게 특이한 인물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분장과 코스튬이 어마어마하다.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어른상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런 역할을 연기할 생각하니 너무 즐겁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을 더 괴롭힐 수 있을까 잠을 설칠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우형은 “오디션을 볼 때 너무 어려웠다. 악보를 받고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근데 내려놓기가 창피해서 미치도록 연습했다. 연기 인생 중 처음으로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작품에 합류한 뒤 마틸다들이 노래하는 걸 볼 땐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지더라”고 덧붙였다.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아역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인공 빌리 역의 성지환·에릭 테일러, 마이클 역의 유호열·강희준·곽이안, 데비 역의 김요나, 스몰보이 역의 성주환 7명이 함께하게 됐다. 오는 9월 8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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