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체노동 정년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1991년 판결에 따라 정년을 60세로 보고 있다. 향후 대법원이 판례를 수정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은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280만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이 가능한 나이의 한계(가동연한)를 60세에서 65세로 넓혀 봤다.
2010년 3월 한씨(당시 29세)는 서울 서초구 일대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불법 유턴을 하다가 버스와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비장이 파열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한씨는 버스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한씨의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을 계산했다. 일실수입이란 사망이나 장애로 벌어들이지 못한 미래 수입을 말한다.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 정도, 한씨 과실 비율 등을 반영해 손해배상금을 2079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한씨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보고 버스연합회가 280만원을 더 줘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거 법원이 취해왔던 정년 60세는 그 나이를 넘어서는 경비원이나 공사장 인부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가동연한을 확대해야 하는 근거로 6가지를 들었다. 우선 대법원 판례가 확립된 1991년보다 평균수명이 14세나 늘어나 80세에 육박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조정됐고, 공무원·사학연금도 2033년부터는 65세에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2011년~2016년 우리나라 은퇴 평균 연령이 72세라는 OECD 조사 결과도 근거로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가에서 돈을 벌 능력이 있다면서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보면서도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가동연한을 60세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씨의 나이, 건강상태를 고려한다면 가동연한을 단축해야할 어떠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종광)도 가사도우미 김모(당시 60세)씨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확대해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60세에 가깝거나 60세를 넘긴 이들에게 예외적으로 2~3년 더 인정해주는 경우는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29세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65세까지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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