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을 경우 법적 생모(生母)는 대리 출산을 의뢰한 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낳은 대리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모의 자격은 유전자가 아니라 출산이라는 자연적 행위를 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판사 이은애)는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여성 A씨가 “대리모 통해 출산한 아이를 친생자로 신고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서울의 한 구청을 상대로 낸 신청의 항고심에서 A씨 패소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던 A씨 부부는 2016년 대리모 출산을 선택했다.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이뤄진 수정란을 대리모 B씨 자궁에 착상, 이듬해 미국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미국 병원은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B씨가 엄마라고 기재했다.
A씨 부부는 딸을 한국 호적에 친생자로 등록하려고 했지만 구청 담당자는 거부했다. 미국에서 발행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엄마 이름이 B씨였기 때문이다. A씨 부부는 구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아이를 친생자로 신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40주란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 부분과 유대 관계를 모자(母子) 관계로 법률상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리모는)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A씨 부부가 입양을 통해 친부모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기준은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리모 출산처럼 유전적 공통점이나 관계자의 합의만으로 부모가 결정될 경우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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