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혜(23·경북) “(사투리) 써봐써봐 그러잖아요. 그거 자체가 너무 싫은 거예요.”
강동인(19·제주) “약간 눈치밥을 보면서 제주어는 사적인 상황에서만 써야하는구나….”
하누리(27·부산) “왜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말해요? 이런 경우 되게 많았어요.”
오후인(25·광주) “(광주 사람이라고) 5.18에 대해서 자기생각을 막 일방적으로 말하는데…”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무례한 소리를 참아야 했고, 이상한 오해도 받았습니다.
어떤 이야기까지 들어봤을까요?

광주출신 후인씨는 다짜고짜 5·18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후인(25·광주) “동아리 활동을 20살에 시작했는데 제가 사투리 쓰니까 광주사람인 걸 알았어요. 그 때가 5월이었는데 4학년 선배가 자기는 5.18에 대해서 폭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가만히 있는데 사투리 한 번 썼다고. 저는 그 사람이랑 대화를 한 적도 (없었고)…. 그땐 너무 어리고 당황스럽고 부딪히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도 못했는데 제일 당황스러웠던 기억이에요.
부산출신 누리씨는 괜한 오해를 받기도 했죠.
하누리(27·부산) “제가 커피숍에서 일한다고 쳤을 때 친절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 입장에서 되게 말투가 싸가지 없다. 이런 경우를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도 있고. 그런 경우 너무 허다해요.”
시선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죠.
하누리(27·부산) “전철을 탔거든요. (전화해서) 나 서울 왔다고. 사람들이 동물원 쳐다보듯 쳐다보더라고요. 식당 갔을 때. (부산에서는) “저기요”, “아지매” 서울에서는 “사장님” 이러잖아요. 그런 것들….(웃음) 불렀을 때 다 쳐다보거든요. 되게 민망해요. 내가 뭐 실수했나.”
경북출신 진혜씨도 쳐다보는 게 싫었답니다.
“입학했을 때 동기나 선배한테 “오빠야”라고 불렀는데 애들이 되묻거나 한번 쳐다볼 때 내가 잘못했나 생각을 (했어요). 내가 귀여워 보이려 하는 것도 아니고…. 되게 시선이 집중되고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고치려고 했어요.”
제주출신 동인씨는 미디어의 희화화가 불편했죠.
강동인(19·제주) “요즘 뉴미디어 콘텐츠 많잖아요. 서울사람하고 제주사람하고 제주어 얼마나 잘 맞추나…. 제주어를 너무 예능적 요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이들은 어휘나 표현이 달라 고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동인(19·제주) “‘요망지다’라는 단어가 있어요. ‘싹싹한’ 그런 뜻으로 쓰이는 충청도 사투리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저희 아들 요망집니다.” 하니까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이시는 거죠.”
하누리(27·부산) “(서울에서) 잘 못 알아들었을 때 “네?” 이렇게 물어보잖아요. 부산에서는 나를 가리키는 의미로 “내(나)?”라고 하거든요. (군대) 후임병이 저를 불렀어요. “내?”라고 이야기했는데 (후임병이) 왜 갑자기 저한테 존댓말 쓰냐고….”
오후인(25·광주) “저는 “있냐?” 이게 사투린 줄 몰랐어요. 자연스레 썼는데 “있냐”가 뭐냐고 해서 “있냐”가 “있냐”지 “있냐”가 뭐 무슨 뜻이냐(웃음)….”
문진혜(23·경북) “손이 여기 다이나? 닿느냐? 라는 말을 저희는 ‘잘리냐?’ 라고 하거든요. “손이 잘리냐” 하면 애들이 “어?” 이렇게 묻거나…”
미디어의 스테레오타입이나 오해가 겹쳐 더 큰 오해가 생기기도 했죠.
문진혜(23·경북) “미디어에 대해서 불편했던 것은 (TV속) 사투리를 쓰는 애들의 특징이 헤진 옷을 입고 철없는 딸내미 아들내미 역할로 나와요. 서울말을 쓰는 사람은 옷도 되게 잘 차려입고…. 서울 사람들처럼 행동해야 무시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누리(27·부산) “포장마차에서 순대를 사먹었는데 소금을 주더라고요. (부산은) 쌈장에 찍어먹거든요. 사투리 쓴다고 무시하나 이 생각이 들어서 따진 거예요. 그 아주머니는 되게 당황스러웠겠죠.”
오후인(25·광주) “헉 너 완전 서울로 유학 왔구나.”, “어렵게 공부해서 왔구나.” 이런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대안학교에서 편하게 자연친화적 학습을 하다가 올라오게 됐는데….”
물론 이들에게도 서울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오후인(25·광주) “(대학) 개학식 첫날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엄마가 눈뜨고 코 베어간다고 해서 가방을 앞으로 멨어요. 지하철에 지퍼를 잡고 탔어요.”
문진혜(23·경북) “서울 사람 깍쟁이다. 되게 도도한 이미지? 구두를 또각또각 걸으면서 다니는 여자의 이미지였거든요? 사투리 쓰면 되게 촌스러운 아이로 볼 것이라는 생각 심했어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잖아요. 근데 몰랐던 거예요.”
하누리(27·부산) “솔직히 서울 애들은 운동복이나 이런 걸 일체 안 입는 줄 알았어요. 정이 없다더라. 의리가 없다더라. 부산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퍼주는데 서울에서는 콩알만큼 준다.”
방언에 대한 우리 인식은 사실 이런 것 같습니다.
강동인(19·제주) “서울 사람이라고 하면 ‘우리가 중심이고 우리가 모든 것의 기준이야. 제주어는 표준어 아래에 있는 하나의 하등의 언어야’ 이런 인식을 깔고 그런 방송 프로그램들…”

그런데 방언은 ‘오방지언’의 준말이랍니다. ‘오방’은 동서남북 사방에 중앙을 합친 말로 중앙과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동등하게 바라본 단어죠. 표준어와 사투리를 나누는 건 일제강점기 때 생긴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네요.
우리 말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사투리.
이제 사랑스레 바라봅시다.
뉴스 소비자를 넘어 제작자로
의뢰하세요 취재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취재대행소 왱'을 검색하세요
[카카오 친구맺기] [페이스북]
[취재대행소 왱!(클릭)]
고승혁 기자, 제작=김우람 marquez@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