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에서 오래 일했던 필리핀 가정부를 입막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 회장 부인 이명희씨는 해외에서 불법으로 제철 과일을 들여오는 등 밀수를 일삼았다고도 한다.
MBC ‘스트레이트’는 13일 ‘사모님의 특명, 밀수와 불법 채용’이라는 주제로 이씨가 받고 있는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제작진은 먼저 이씨 집에서 12년간 일했던 필리핀 출신 여성 가정부에게 연락했다. 가정부는 “날마다 대한항공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하지만 전화로 얘기 못 한다. 2주 전에 그 사람들과 나와의 문제를 이미 마무리했다”고 털어놨다. “어떤 사람들인지 안다. 굉장한 힘을 가졌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결국 이 가정부를 만나러 필리핀을 방문했다. 가정부는 “너무 늦게 왔다”면서 “대한항공보다 먼저 왔으면 모든 걸 말해줬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가정부에 따르면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달 일종의 ‘비밀 유지 각서’를 들고 찾아왔고, 가정부는 그 서류에 서명했다. 가정부는 “내가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찾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가정부와 제작진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통화를 마친 가정부는 “대한항공 변호사의 전화”라면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변호사한테 한국 기자가 여기 온다고 말해줬다더라. 아무 말 하지 않겠다는 약속 지키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불법으로 채용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트레이트는 또 이씨가 과일 밀반입을 위해 해외 지점 직원들을 총동원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본사 직원과 해외 지점 직원이 메일을 통해 과일 발송 일정을 조율하는 식이다. 비서실 직원은 “사모님께서 대추는 먹어보고 사 보내라고 하셨다” “상자가 조악하니 내년엔 깨끗한 것으로 보내라고 하셨다”와 같은 이씨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해외 지점 직원은 “비가 자주 내리고 있어 (송부 날짜가) 늦어질 수 있다” “내일 청과물 시장에 가겠다” 등의 답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비서실 직원은 ‘사모님의 대추 관련 지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 문서에는 ‘사모님 지시사항(살구)’라고 적혀있었다. 직원들은 이씨가 흡족해할 만한 과일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는 직원들이 크기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대추 옆에 자, 볼펜, 휴지 등을 두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파일 이름은 ‘너무 작다고 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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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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