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부정하며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날 공교롭게도 사저에 벼락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경찰에 따르면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 전 대통령 사저 내 경비초소 소나무 쪽에 벼락이 떨어졌다. 경비초소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대원들이 있었지만 벼락으로 부상을 입거나 초소 주변에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별다른 피해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쯤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지름 1~2㎝크기의 우박이 약 5분간 내리다 그치기도 했다.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정현)는 3일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비난한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없었다며 고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전 전 대통령 회고록 내용이 허위이며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전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검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에 ‘사실에 근거해 회고록을 썼다’는 취지의 진술서만 제출한 뒤 모두 불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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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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