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 디저트’가 중요한가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면서 일본은 잊혀질까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양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서둘러 준비하는 가운데 일본은 디저트 메뉴에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외무성은 일본이 주권을 주장하는 섬을 포함한 한반도 지도로 장식된 망고 무스가 남북 정상회담 마찬 자리에 오른다는 계획을 알고 한국에 공식 항의했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과 일본 간의 오랜 긴장 관계에서 사소한 항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는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면서 자국이 소외될까 우려하는 일본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의 불안은 독도 디저트를 넘어 확대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빠른 전개 속에서 일본이 잊혀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일본도 ‘재팬 패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 스캔들’을 외교로 만회하려 한다면 큰 착각이다. 모두 실패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만 모기장 밖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반도의 훈풍은 아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베 총리는 남북정상회담 전날(2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납치·핵·미사일 등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는 일본인 납치문제가 곧 북일정상회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위해서는 결국 양측 최고 지도자인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회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27일 기자들에게 “오늘 정상회담을 매우주목하고 있다”며 “핵·미사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가 이토록 납치 피해자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공문서 조작·자위대 문서 은폐’ ‘총리 친구 특혜’ ‘모리모토 스캔들’ ‘국회 해산발언’ 등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아베는 이러한 문제들을 외교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고이즈미 전 총리는 납치 피해자 가족을 일본으로 데려오는 성과를 거두면서 지지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아베 물러나라”며 3만명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안보법제 반대 투쟁 이후 최대 규모다. 또한 일본에 등장하지 않던 ‘촛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 스승인 고이즈미 전 총리도 아베에게 등을 돌리며 “아베가 자민당 총재 3선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 일본은 언제까지 미국을 찾을까
일본은 남북정상회담 직후 또 다시 ‘큰형님’ 미국을 찾았다. 아베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제기됐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난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에게 전화를 걸었다. NHK는 29일 “아베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재차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삼가하다가 2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거론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당당하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미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미국의 원폭에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해 중국 소련 등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갈라놓았다. 특히 미국은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을 통해 막강한 경제력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패망한 일본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미국의 우산 속에 숨어 하수인 노릇을 했다. 어떠한 사과도 없이 미국의 그늘 안에서 어제와 오늘을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이영채 교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과거처럼 미일 관계가 돈독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예전에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수상, 조지 부시 대통령일 때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 있었다”며 “이들 간의 인맥이라는 것은 전략적이고 정책적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고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각종 비리 등 아베 정권의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외형적인 부분만 있고 내면을 봤을 때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미일관계도 아베는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강조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니 전략적인 관계도 아니고 오히려 과거의 미일관계보다 더 퇴보했다는 분석이 일본내에서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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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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