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마약 치사량을 탄 콜라를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홍모(3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다만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내렸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홍씨와 A(사망 당시 27세)씨는 2015년 11월에 만나 교제를 시작했지만 곧 이들 둘 모두 각자의 업소 손님과 연인이 됐다. 이 사실을 서로 알고 있었으나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홍씨와 A씨는 함께 필로폰 등을 탄 콜라를 마셨다. 몇시간 뒤 A씨는 발작을 일으켰고 결국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홍씨가 A씨를 살해하기 위해 몰래 콜라에 치사량 수준의 필로폰을 타 마시게 했다고 봤다. 질투심과 분노를 느낀 점 등이 살해 동기일 거라고 추측했다. 결국 홍씨는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홍씨가 A씨를 살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씨와 A씨는 1년 넘게 서로의 직업이나 이성 관계를 용인하며 관계를 지속해왔다”며 “사건 전날 이성 문제로 말다툼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을 만큼 강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마신 콜라는 이들이 필로폰을 투약할 목적으로 이틀 전 함께 구입한 것”이라며 “홍씨가 콜라를 컵에 따라 줬다면 A씨는 필로폰을 탄 콜라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설령 마약을 탄 줄 몰랐다 하더라도, 치사량 정도의 필로폰이 녹아있었으면 마시는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의문”이라며 “콜라병에 A씨 DNA도 함께 검출된 점으로 미뤄 A씨가 스스로 콜라를 붓고 마약을 탔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씨가 발작을 일으키는 A씨의 목과 입 등을 누르며 제압했지만, 이웃이 들을 정도로 비명을 지르자 큰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살해할 목적이었는데 119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점도 경험칙에 반한다”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홍씨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차례 필로폰 등을 투약한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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