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패러디한 암호화폐(가상화폐)가 남북 정상회담 ‘특수’를 누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김 위원장의 방남이 ‘달을 향해(To the moon)’라는 구호와 맞물려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가상화폐 명칭은 ‘스페이스킴(SpaceKim)’. 서브컬처의 패러디처럼 보이지만 가상화폐의 구색을 모두 갖췄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설계돼 백서까지 발행됐다. 코인 한 개의 단위는 ‘KIM’. 발행사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홈페이지가 영문으로 제작됐고, 이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김 위원장 패러디 캐릭터 상품 가격이 달러화로 표시된 점으로 볼 때 미국 국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발행사는 1KIM의 가치를 “이더리움 1만분의 1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더리움 1개의 가치는 26일 오후 4시 현재 미국 최대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635달러로 책정돼 있다. 발행사의 주장대로면, 1KIM은 6센트(64원)인 셈이다. 정식으로 발행되지 않은 만큼 인정되지는 않은 가치다.
스페이스킴은 남북 정상회담 시기와 맞물려 가상화폐 거래자들에게 발견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갖는다. 앞선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했지만,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토를 밟고 문 대통령을 만난다.
발행사가 구호로 사용하고 있는 ‘스페이스킴, 달을 향해(Space Kim to the moon)’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는 의미로도 의역할 수 있다. 발행사는 홈페이지에 스페이스킴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도착한 달 그림에 문 대통령의 얼굴을 넣기도 했다. 모두 시기와 절묘하게 들어맞아 거래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거래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페이스킴을 소개하면서 “남북한이 통일되면 구호만큼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을 향해’는 미국 가상화폐 거래자들이 투자 종목의 상승을 기원하는 문구다. 한국 거래자들의 ‘가즈아’처럼 사용된다.
스페이스킴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다. 발행사는 백서에 “오는 30일 토큰스토어에 상장된다”고 밝혔다. 토큰스토어는 가상화폐로 정식 발행되지 않은 ‘토큰’만 취급하는 소형 거래소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토큰도 취급된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가상화폐는 1598개지만 스페이스킴은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스페이스킴은 블록체인 설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김 위원장을 패러디한 캐릭터만 강조하고 있어 거래소로 상장된 순간부터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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