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해외 쇼핑을 지시한 문건이 공개됐다.
오마이뉴스는 2009년 대한항공 비서실에서 해외 지점장에게 보낸 ‘사모님 지시사항 전달’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입수해 25일 공개했다. 여기서 사모님은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이메일은 “지점장님 안녕하십니까? 사모님께서 아래와 같이 지시하셨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후 “XXX제일 좋은 것 2개를 구매해서 보낼 것” “제품 카탈로그를 보낼 것”이라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말미엔 유선상으로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또 다른 이메일에는 보안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KKIP ITEM H/D관련 유의사항 재강조’라는 제목의 메일에는 공문형식의 문서가 담겼다. 여기서 KKIP는 대한항공(Korea Air) VIP에 K를 하나를 더 붙여 조양호-이명희 부부를 의미한다.
H/D는 핸들링(Handling)의 약자다. 해당 메일의 발신처는 비서실이며 수신처는 해외 지점장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12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메일 발송연도는 2008년이다.
메일은 “KKIP ITEM 운송시 Handlig관련 유의사항을 아래와 같이 재강조 하오니 국내외 지점장은 유년하여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후 문제가 불거진 사례들을 나열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항목들은 ▲메일 내용에 최고 경영층을 직접 언급 ▲ITEM 송부 시 메일 수/발신 ADDRESS(주소)를 지점장 등 특정인만 지정하지 않고 지점 또는 팀 그룹 단위로 지정돼 불필요한 직원 열람으로 관련 내용 공개 ▲메일 내용에 운송되는 ITEM의 상세 내역이 기술돼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하는 등이다.
지점장의 조지사항으로는 메일 수신처를 개인 단위의 최소 수신처만 지정하라고 돼 있다. 특히 지점 또는 팀 등 그룹단위 수신처 지정을 지양한다고 기록돼 있다. 메일 내용엔 최고 경영층 명기를 금지하고 가능한 DYS(대한항공 비서실) ITEM으로 표시하라고 권고한다.
운송 ITEM에 대한 상세 내역 기술은 지양하고 부득이 내용물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선으로 실시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ITEM Handling은 공항 지점장이 직접 F/U(Follow Up)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조양호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비행기를 통해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명희 이사장은 대한항공 뿐 아니라 칼호텔네트워크 어디에도 공식 직책이 없는데도 대한항공 비서실의 보좌를 받았다는 주장도 입증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해당 지점이 어디인지 관련 아이템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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